12일 전남 여수에 위치한 GS칼텍스 공장 내 가상현실(VR) 체험장. 안전교육을 체험해보기 위해 머리에 VR 기계를 쓰고 배관 작업 프로그램을 실행하자 가상의 그라인더가 등장했다. 노후관 교체를 위해 그라인더로 배관을 절단하자 눈앞이 붉은 화염으로 뒤덮였다. 안전 절차 미준수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배관을 자르기 전 준수해야 하는 규정이 안내됐다. 30여년 간 여수공장에서 일한 유모(59)씨는 “과거엔 현장 위험을 피하기 위해 책만 보며 공부했었는데, 지금은 실제와 비슷한 환경에서 교육하니 교육 효과가 더 좋다”고 말했다.
GS칼텍스가 산업단지 출범 60주년을 맞아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공장의 디지털전환(DX) 현장을 공개했다. GS칼텍스는 여수산단 1호 기업으로, 지난해 이 산단 전체 수출 금액(322억 달러) 중 80%를 차지했다. 여의도 면적의 두 배에 해당하는 600만㎡(약 182만평) 규모의 거대한 공장은 오래된 굴뚝 이미지를 벗고 디지털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칼텍스 여수공장은 설비 통합관리부터 공장 운전 및 생산 최적화, 탄소 저감, 안전 환경까지 전방위적 분야에서 디지털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현재까지 100여 건의 사례를 수행했다. 김성민 GS칼텍스 생산본부장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인 3158억원과 15만8000명을 투입해 공장 대정비 작업을 진행했고,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 디지털 전환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공장엔 안전 관리를 위해 수백 대의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는데, 사람이 실시간으로 일일이 모니터링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이에 2022년부터 인공지능(AI) CCTV 164대를 도입해 작업자의 이상행동 등 위험 상황을 즉각적으로 파악, 경고를 전송하고 있다. AI CCTV는 화재나 불꽃, 침입자 등이 발생하는지 24시간 모니터링한다. 측정률은 99%에 달한다.
공장 규모가 워낙 커서 관리하기 힘든 점도 디지털 기술로 해소하고 있다. 공장 내 접근이 어려운 지역과 사람이 들어가면 위험할 수 있는 지역은 드론을 활용해 상태를 점검한다. 80만 개 이상의 장치·계기·배관 설비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GS칼텍스 여수공장은 설비관리 통합 플랫폼을 도입했다. 유가·환율 등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화된 생산 계획을 수립하는 ‘플래닝 데이터 플랫폼’도 구축했다. 이런 디지털 전환을 통해 2030년까지 1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겠다는 목표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이 소수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실제 임직원들의 역량 내재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디지털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며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으로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 여수공장은 산단 60주년 기념으로 지난달 ‘산업단지 1호 입주기업 기념비’를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부터 전달받았다.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1306개 산단에 12만4133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산단은 국내 제조업 생산의 60.6%, 고용의 47.9%, 수출의 65.5%를 차지하며 우리 경제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회색빛 이미지를 벗고 젊은 층에 매력적인 산단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문화 요소 도입도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2027년까지 ‘문화 융합 선도 산단’ 10곳을 선정해 지원하기로 했다.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 등의 기능을 모은 랜드마크를 건립하고 청년문화센터 건축 등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