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각사 반기보고서에 올 상반기 마일리지 이연 수익을 각각 2조5278억원, 9758억원이라고 밝혔다. 항공사들은 마일리지를 이연 수익으로 분류하는데, 이는 재무제표상 부채의 일종으로 실제 마일리지가 소진되는 회계연도에 반영하는 게 특징이다.
두 회사의 미사용 마일리지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말과 비교해 올해 들어서만 대한항공(2조4709억원)은 569억원, 아시아나항공(9631억원)은 127억원 규모로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말 이연 수익은 각각 2조2942억원, 8053억원이었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항공운항 제한으로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연장한데다, 마일리지 적립형 카드 소비가 늘어나며 잠자는 마일리지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마일리지가 사실상 ‘부채’이다보니, 그 액수가 커질 수록 양사 통합 이후에도 부담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좌석은 한정돼 있는데 마일리지 사용 경쟁이 더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기업결합은 사실상 미국 경쟁당국의 심사만 남아있는 상황으로, 업계는 오는 10월쯤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 형태로 두고, 최소 2년간 독립운영한다고 밝혔지만 종국적으로는 아시아나항공이 기존 항공동맹(스타얼라이언스)을 탈퇴할 경우 남은 마일리지는 대한항공이 책임져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마일리지 소진을 위해 아이디어를 짜고 있다. 두 회사의 올 상반기 ‘보너스 승객 탑승 거리’(BPK·마일리지 사용 여객수와 운항거리의 곱으로, 좌석승급까지 포함)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대한항공의 BPK는 41억700만 인·㎞(여객수X운항거리), 아시아나항공은 17억 인·㎞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8.8%·26.4% 늘었다.
아시아나항공은 또 마일리지로 제휴 상품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OZ마일샵’을 지난 10일 오픈했다. 여기선 탈모샴푸·건강기능식품·영화관람권·놀이공원입장권 등 60여종의 상품을 판매 중인데, 일부 상품은 오픈 하루만에 품절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향후 고가 상품 브랜드를 입점시켜 고액 보유자의 마일리지 소진을 촉진하겠단 계획이다.
양사 통합 이후 잔여 마일리지는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전환율이 결정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이 “단 1마일의 마일리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던만큼, 마일리지 전환율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선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다. 이동 거리에 따라 부여받는 항공마일리지는 두 항공사의 노선 요금이 비슷해 논란이 적지만, 제휴 신용카드 사용 금액 등에 따라 받는 제휴 마일리지는 적립에 드는 비용이 대한항공이 더 높다.
예컨대 BC카드의 ‘바로 에어 플러스’의 경우 연회비가 1만9000원인데, 이용금액 1000원당 적립되는 마일리지는 대한항공이 1마일이고 아시아나항공이 1.3마일이다. 같은 금액을 결제해도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가 더 많이 적립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향후 마일리지 전환율이 어떻게 되든 소비자 불만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항공사들이 소비자 선호에 맞는 마일리지 사용처를 발굴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소비자들은 항공권 발권이나 여행 등에 사용하기를 원하지만, 비행기 좌석의 한계를 감안해도 마일리지 좌석이 너무 적다”라며 “마일리지 보유 규모에 따른 사용처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