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대상은 고려아연 기명식 보통주로, 최소 144만5036주(발행주식 총수의 약 7%)에서 최대 302만4881주(약 14.6%)를 매수한다. 이를 모두 사들이려면 약 1조원에서 최대 약 2조원이 필요하다. MBK파트너스의 6호 바이아웃 펀드가 8조원 규모의 실탄을 보유한 만큼,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75년 동업 끝…경영권 분쟁 본격화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추진 이유로 ‘경영권 공고화’와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및 기업가치 개선’을 들었다. 이번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MBK파트너스-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은 약 40%에서 최대 47.8%까지 올라가게 된다. 양측이 가지고 있는 기존 고려아연 지분은 33.14%, 최씨 일가 지분은 15.62%였다. MBK파트너스 측은 “최 회장은 자신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지배구조를 왜곡시키고, 이사회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으며 기업의 재무건전성 및 미래 기업가치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주주의 이익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며 “사업적 제휴관계인 현대차, LG, 한화와의 협력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계열사로, 최씨 일가가 경영권을 가진 영풍정밀에 대해서도 공개매수하겠다고 공시했다.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는 주당 2만원으로 전날 종가(9370원)의 두 배 이상이다. 최소 수량 없이, 최대 684만801주(발행주식 총수의 약 43.43%)를 매수한다. 영풍정밀 기존 최대주주는 지분 6.27%를 보유한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 총재로, 최 회장의 모친이다. 영풍정밀 공개매수에도 성공하면 MBK파트너스는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1.85%도 추가로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법적 대응도 개시했다. 이날 영풍은 고려아연의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회계장부를 직접 열람해 배임 등 의혹이 확인될 경우 본안소송 등 추가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6040억원, 이그니오 홀딩스 5800억원 투자 등이 적절한 절차 없이 이뤄졌고 ▶특수관계인 운영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MBK-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도 법원에 추가로 신청할 계획이다.
고려아연 “적대·약탈적 M&A”
이날 공개매수 소식에 고려아연 주가는 약 20% 오르며 66만6000원으로 마감했다. 영풍정밀 역시 주가가 하루 만에 29.99% 오르며 1만2180원을 기록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에도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에 개입해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의 조현식 전 고문과 차녀 조희원씨와 손을 잡고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 나섰었다. 다만 최소 매입 수량을 채우지 못해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는 불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