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 공개매수 돌입, ‘경영권 분쟁’ 본격화…주가는 20% 급등

영풍 장형진 고문(왼쪽)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사진 각 사

영풍 장형진 고문(왼쪽)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사진 각 사

MBK파트너스가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추진한다.13일 MBK파트너스는 이날부터 오는 10월 4일까지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홀딩스를 통해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66만원으로, 이전 3개월 평균종가(51만6735원)보다 27.7%, 전 거래일 종가보다 18.7% 높다. 

공개매수 대상은 고려아연 기명식 보통주로, 최소 144만5036주(발행주식 총수의 약 7%)에서 최대 302만4881주(약 14.6%)를 매수한다. 이를 모두 사들이려면 약 1조원에서 최대 약 2조원이 필요하다. MBK파트너스의 6호 바이아웃 펀드가 8조원 규모의 실탄을 보유한 만큼,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75년 동업 끝…경영권 분쟁 본격화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공동 창업주인 고(故) 최기호·장병희 명예회장의 후손들이 지분을 나눠 동업해 왔지만, 3세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취임하면서 고려아연의 최씨 일가와 영풍의 장씨 일가 간 갈등이 본격화됐했다.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손잡고 전날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영풍과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고, 장씨 일가 소유 지분 일부에 대한 콜옵션을 부여받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추진 이유로 ‘경영권 공고화’와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및 기업가치 개선’을 들었다. 이번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MBK파트너스-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은 약 40%에서 최대 47.8%까지 올라가게 된다. 양측이 가지고 있는 기존 고려아연 지분은 33.14%, 최씨 일가 지분은 15.62%였다. MBK파트너스 측은 “최 회장은 자신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지배구조를 왜곡시키고, 이사회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으며 기업의 재무건전성 및 미래 기업가치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주주의 이익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며 “사업적 제휴관계인 현대차, LG, 한화와의 협력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계열사로, 최씨 일가가 경영권을 가진 영풍정밀에 대해서도 공개매수하겠다고 공시했다.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는 주당 2만원으로 전날 종가(9370원)의 두 배 이상이다. 최소 수량 없이, 최대 684만801주(발행주식 총수의 약 43.43%)를 매수한다. 영풍정밀 기존 최대주주는 지분 6.27%를 보유한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 총재로, 최 회장의 모친이다. 영풍정밀 공개매수에도 성공하면 MBK파트너스는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1.85%도 추가로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법적 대응도 개시했다. 이날 영풍은 고려아연의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회계장부를 직접 열람해 배임 등 의혹이 확인될 경우 본안소송 등 추가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6040억원, 이그니오 홀딩스 5800억원 투자 등이 적절한 절차 없이 이뤄졌고 ▶특수관계인 운영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MBK-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도 법원에 추가로 신청할 계획이다.

지난 7월 31일 울산에서 열린 고려아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연합뉴스

지난 7월 31일 울산에서 열린 고려아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연합뉴스

고려아연 “적대·약탈적 M&A”

고려아연은 즉각 반발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에서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최대 주주인 영풍이 기업사냥꾼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라며 “세계 1위 비철금속인 당사에 대한 기업사냥꾼의 적대적·약탈적 인수합병(M&A)”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공개매수 소식에 고려아연 주가는 약 20% 오르며 66만6000원으로 마감했다. 영풍정밀 역시 주가가 하루 만에 29.99% 오르며 1만2180원을 기록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에도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에 개입해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의 조현식 전 고문과 차녀 조희원씨와 손을 잡고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 나섰었다. 다만 최소 매입 수량을 채우지 못해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는 불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