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퇴임식을 열고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으로서 2년 임기를 마무리했다. 이 총장은 임기 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을 마무리짓겠단 의지를 밝혔으나 최재영 목사 수사심의위원회(24일) 변수로 후임자에 넘기고 떠나게 됐다.
이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대검찰청 별관 4층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한 데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지구가 멸망해도 정의는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총장은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대검찰청 차장으로 총장 직무대리를 맡아 그해 9월 45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공식 임기는 오는 15일 자정에 마친다.
이 총장은 퇴임사에서 “한쪽에서는 검찰 독재라 저주하고, 한쪽에서는 아무 일도 해낸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 한쪽은 과잉수사라 욕을 퍼붓고, 한쪽에서는 부실 수사라 손가락질한다”며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여러 영역에서 소통하고 숙의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를 검찰과 사법에 몰아넣는 가히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라고 토로했다.
이 총장은 김건희 여사 사건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건 등 검찰 현안 수사를 두고 연일 충돌 중인 여야 진영을 겨냥해 “이해관계에 유리하면 환호하여 갈채를 보내고, 불리하면 비난하고 침을 뱉어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됐다”며 “옳고 그름이 아니라 오로지 유불리에 따라서만 험한 말들을 쏟아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세상사 모든 일을 해결해 줄 ‘만능키’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검찰을 ‘악마화’하는 사람들, 양측으로부터 받는 비난과 저주를 묵묵히 견디고 소명의식과 책임감으로 버텨온 시간이었다”고 임기 2년여 간의 소회를 밝혔다.
이어 “오로지 ‘증거와 법리’라는 잣대 하나만으로 판단하고 국민만 바라보고 결정하려 노력했지만, 국민의 기대와 믿음에 온전히 미치지는 못하였다”며 “아쉽고 부족한 것은 모두 제 지혜와 성의가 모자란 탓”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이 총장은 임기 중 성과로 민생 범죄 대응과 각종 합동수사단 출범 등을 꼽았다. 그는 “검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 신체, 안전, 재산과 같은 기본적 권리를 범죄로부터 지켜내는 것”이라며 “성폭력·디지털 성범죄, 스토킹, 혐오 범죄,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아동 학대, 마약, 음주운전, 금융·증권범죄 등 민생 범죄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재직 기간 동안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 가상자산범죄합수단, 보이스피싱합수단, 국가재정범죄합수단,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 환경범죄합동수사팀 등을 출범시켰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후 어려워진 수사 환경에 대해선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을 겪고 난 검찰은 말 그대로 병들어 누운 환자였다”며 “지난 정부는 범죄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야 할 검찰과 경찰의 역할과 기능을 쪼개고 나누고 분산하여 서로 갈등하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검찰 혼자서 일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여러 기관의 칸막이를 없애 함께 일하는 것만이 국민을 위한 공직자의 자세”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일수록 법치주의 원칙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은 옳은 일을 옳은 방법으로 옳게 하는 사람들”이라며 “하나하나의 사건마다 ‘지구가 멸망해도 정의를 세운다’는 기준과 가치로 오로지 증거와 법리만을 살피고, 개인이나 조직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근거 없는 비난과 매도에 시달려도 그것이 검찰의 숙명”이라며 “공직자가 힘들어야 국민이 편안하다는 믿음을 갖고 국민을 섬기는 검찰이 되자”고 당부했다.
“이재명·김건희 신중 기하다 무성과”…엇갈린 평가
‘임기 내 처분’을 약속했던 김 여사 명품백 사건 처리는 차기 심우정 총장의 몫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