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을 푼다면 (앞으로) 서방과 러시아의 전쟁이 될 것"이라며 확전 가능성을 경고했다.
"美·英 정상회담서 제한 해제할 듯"
그간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를 지원하면서도 러시아와 서방의 직접 충돌을 우려해 사용 범위를 우크라이나 국경 안이나 국경 일대 일부 지역으로 제한해왔다. 특히 미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제한을 풀면 러시아가 중동에서 미군을 공격하는 이란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로 망설여왔다.
그러나 이런 입장 선회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추가 지원이 쉽지 않은 만큼 이외엔 마땅한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외신은 짚었다. 최근 이란의 대러시아 미사일 제공 소식이 알려지면서 허용 결정에 명분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급박하게 전개되는 전황도 영향을 미친다는 관측이다. 12일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본토 쿠르스크주를 침공한 우크라이나군에 반격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이 장악했던 쿠르스크 영토 중 일부인 마을 10곳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곡물을 싣고 이집트로 향하던 민간 선박도 공격하는 등 우크라이나 본토를 향한 공세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美서 "에이태큼스 제한 풀자" 커지는 목소리
그러나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앞서 지난 10일 우크라이나의 미국산 장거리 무기 제한 해제와 관련해 "문제를 해결 중"이란 진전된 입장을 밝힌 점을 짚었다. 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지난 11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서방제 장거리 미사일의 제한 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매체는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스톰섀도에 대한 제한을 풀고 이어 앞으로 몇 주 안에 에이태큼스도 허용할 경우 이는 그의 임기 동안 마지막 우크라이나 지원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외교가에서도 우크라이나의 에이태큼스 사용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직 대사와 장군 17명은 최근 미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서방 무기에 대한 제한을 완화한다고 해서 (러시아와 서방의 충돌로) 확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이미 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크림반도와 쿠르스크 지역을 이런 무기로 공격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러시아의 (서방을 향한) 대응엔 변함이 없었다"고 밝혔다.
푸틴 "전쟁 본질 달라진다" 확전 위협
우크라이나의 서방제 장거리 미사일 제한 해제가 임박해오자 푸틴 대통령은 서방을 향한 위협 수위를 높였다. CNN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2일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 즉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서방이 러시아 본토 타격용으로 우크라이나에 서방제 무기 사용을 허용할 경우 나토 국가들이 직접 참전한 것과 마찬가지로 간주하겠다는 의미다.
이어 그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전쟁의 본질이 달라졌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러시아에 가해질 위협에 대응해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맞대응을 예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현지 언론을 통해 "바이든과 스타머의 만남은 형식적인 것일 뿐 이미 미국과 영국은 우크라이나의 서방제 장거리 무기 제한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 전쟁은 러시아가 시작했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불법 침공했다"며 "러시아는 이 전쟁을 즉시 끝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무차별 공습을 막고 러시아군의 보급선을 약화하기 위해선 러시아 본토의 군사시설에 대한 타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에이태큼스와 스톰섀도의 사거리는 각각 300㎞와 250㎞로, 현재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공격에 이용하고 있는 본토 내 군사시설 상당수가 타격 범위에 들어간다고 알려졌다. 때문에 러시아는 제한 해제 가능성에 '핵 카드'까지 거론하며 서방에 날선 반응을 보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