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장신구 등 화려하게 꾸민 모습으로 묻혔던 경주 황남동 무덤의 주인이 10대 소녀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소녀의 곁에는 3살 내외의 어린아이를 순장한 흔적도 발견됐다.
국가유산청은 "경주 황남동 120-2호 무덤에서 피장자(무덤 주인)와 순장자에 해당하는 두 사람의 치아를 추가로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황남동 120-2호 무덤은 경주 대릉원 일원에 있는 황남동 120호 무덤 남쪽에 있는 무덤이다. 2019∼2020년 발굴 조사 결과, 이곳에서는 금동관과 금동신발, 금귀걸이, 구슬 팔찌 등 화려한 장신구 일체가 무덤 주인이 착용했던 상태 그대로 나왔다.
발견된 유물을 분석해보니 무덤 주인은 여성으로 추정됐다. 금동관이 나왔다는 점에서 당시 신라의 왕족이나 최고위 귀족층이라는 견해가 많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치아는 금동관 주변과 금동신발 아래에서 각각 나왔다.
관을 이루는 둥근 밑동 부분인 관테 중앙과 아랫부분에서 출토된 치아 2점은 아랫니의 제1 대구치와 제2 대구치로 파악됐다. 대구치는 앞어금니 뒤쪽에 있는 치아를 뜻한다. 치아의 형태 등을 볼 때 12∼15세로 추정된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또 다른 치아는 아랫니와 윗니가 모두 나왔다. 치아는 금동신발의 아랫부분 즉, 신발과 나무곽 아래 판 사이에서 나왔는데 푸른 빛의 구슬 목걸이, 장식용 구슬인 곡옥(曲玉) 등과 함께 발견됐다. 치관(齒冠·치아 머리 부분을 뜻함) 상태를 고려하면 3세 전후의 치아로 추정된다.
발굴 조사를 담당한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의 김권일 실장은 "발아래 쪽에서 피장자와는 반대 방향으로 순장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순장자 위치로 보면 특이한 사례"라고 말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고대사회에서는 왕족이나 귀족의 무덤을 조성할 때 순장하는 풍습이 있었다. 신라에서는 지증왕(재위 500∼514) 대인 502년에 순장이 금지될 때까지 계속됐다.
실제로 황남대총 남·북분에서는 각 10여명, 천마총에서는 5명, 쪽샘 44호 무덤에서는 5명이 순장된 것으로 볼 수 있는 흔적이 확인됐다. 그러나 피장자 발치에서 이처럼 어린 순장자 흔적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조사단은 "순장된 아이는 이제 막 주인의 비녀(婢女·여종)가 되기 시작한 신분으로 추정되며, 순장을 금지할 무렵의 마지막 순장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