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이 잘 담긴 것이 지난 1일 여야 대표회담에서의 이 대표 발언이다. 그는 의료대란 관련해 “힘으로 밀어붙여 상대방에게 굴복을 강요하면 성공해도 후유증이 너무 크다”면서 “정확한 현상 파악과 문제 인식을 통해 국회에서 대책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비공개 회담에서는 ▶가산금리 합리화 ▶쌀값·쇠고기값 안정책 ▶초등학생 예체능 학원비 세액공제 등도 논의했다. 모두 정치적 현안과는 거리가 있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안이다.
그는 9월 정기국회 시간을 앞두고는 “정기국회에선 민생 정치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어야 한다”(8월 29일 의원 워크숍)고 했다. 정부·여당의 국정운영 방향을 지적해 민생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이런 움직임은 중도·무당층 지지율이 답보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6일 발표된 한국갤럽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서 이 대표는 26%로 2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14%)를 앞질렀다. 하지만 의견유보 응답이 40%에 달하면서 어느 한쪽도 폭넓은 지지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가 민생을 강조하는 것은 무당층 표심을 일찌감치 이끌어 차기 대선에서 안정적인 지지세를 갖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이 주장하는 금융투자소득세 유예불가론 역시 2030의 민심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내년부터 시행하되, 우려스러운 점은 수정하자”는 입장이지만, “역풍은 민주당이 다 맞을 것”(비명 재선)이란 우려가 적잖다. 이 대표로선 정기국회에서 이 점을 풀어나가는 게 숙제일 수 있다.
특히 추석 이후 이 대표의 당면 과제는 10월 1심 판결을 넘을 수 있을지다. 이 대표는 현재 7개 사건, 11개 혐의로 총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그중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혐의 관련 재판은 10월 안에 1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10월 1심 판결에서 유죄를 받더라도 대법원 판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정치 행보에 당장 장애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2027년 3월 대선까지 2년 6개월 사이에 대법원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1심 재판의 실질적 내용에 대한 반향 역시 예측불허다.
반면에 1심 판결에서 무죄를 받게 되면 ‘정권의 정치 탄압 희생자’이라는 이미지를 키울 수 있다. 자신을 겨눠왔던 사법리스크에서 일정 부분 해방되는 효과가 있다. 친명계 인사는 “고정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 공략에도 수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