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중인 지난 16일 한양대병원 응급실에선 38.7도의 고열을 앓는 생후 3개월 아기부터 75세 환자까지 약 50여명이 진료를 받았다. 한양대병원 응급실은 하루 평균 60여명의 중증·응급 환자가 방문하는 서울 동남권역 최상급 응급실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서울에 7곳, 전국에 44곳뿐이다.
이날 주치의 2명, 진료보조(PA) 간호사 2명 및 간호사 6명 등 의료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한 끼도 먹지 못했다. 커피 2잔에 의지해 중증·응급 환자를 맡았다. 환자들의 발걸음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진료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 전화가 수시로 걸려왔다. 교대 시간인 오후 8시가 되자 오 교수는 환자 인수인계 등을 마치고 오후 9시 30분쯤 응급실 밖으로 나섰다. 응급 상황이 계속되는 응급실에서 정시 퇴근은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현장에 있는 의료진의 피로도도 상당하다. 정부는 이번 연휴 응급실에 군의관, 공중보건의, PA 간호사 등을 투입해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 경험과 진료 역량 부족 등을 이유로 군의관 등이 진료를 거부하면서 현장에선 혼선을 빚기도 했다. 오재훈 교수는 “평소 권역의료센터를 찾는 환자는 일평균 60여명 정도였는데 오늘(16일)도 비슷한 숫자의 환자가 왔다”며 “(의료 공백으로) 가용 인력은 줄었지만 중증 환자의 수는 전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감기 등으로 응급실을 찾은 경증 환자 30여명은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 환자 치료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목감기로 응급실을 찾은 B씨는 “추석 연휴에 운영하는 병원이 적다 보니 응급실에 왔다”며 “중증 환자가 아니라서 다른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서둘러 병원을 빠져나갔다.
이날 오후 11시 기준 종합상황판 등에 따르면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80곳 가운데 중증·응급질환의 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80여곳으로, 지난 2월(109곳)보다 20% 이상 줄었다. 추석 연휴에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평시의 약 2배로 늘고, 화상 환자는 3배가량으로 늘지만 응급실에선 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오재훈 교수는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 환자 진료에 집중하고 있어 추석 연휴 기간 경증 환자는 응급실에 방문해도 진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며 “환자 스스로 응급실에 방문하기 전 종합상황판 등에서 진료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