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7월 한국의 순수전기차(BEV) 수입액은 12억88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5% 증가했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가 전체 수입의 65.8%인 8억48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한화로 1조1300억원 수준이다. 연간 중국산 전기차 수입이 1조원을 넘기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는 기존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산 전기 버스·트럭 등 상용차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생산된 테슬라까지 한국 시장에 밀려들어 오면서 나타난 변화다.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테슬라 모델Y는 미국산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에 수입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자체 브랜드인 비야디(BYD) 전기차도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 중국산 수입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는 한국을 넘어서 전 세계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무협의 ‘중국 전기차 혁신전략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 대수(440만대)의 약 65%인 290만대가 중국산이었다. 특히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중국 비야디가 올 1~4월 86만7000대를 인도하면서 테슬라(11.3%)를 제치고 글로벌 점유율 1위(20.2%)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산 전기차는 중국과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국계 브랜드 전기차 판매 비중은 올 상반기 9.6%로, 2018년(13.6%)보다 4%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중국계 브랜드는 같은 기간 3.3%에서 16.3%로 13%포인트 커졌다. 중국 내 시장까지 포함하면 비중은 더욱 커진다.
중국산 전기차의 약진이 가속화되면서 세계 각국에선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27일부터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최대 100%까지 대폭 올리기로 했다. 중국의 과잉생산과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한다는 명목에서다. 캐나다도 100% 관세 부과를 예고했고, 유럽연합(EU)은 오는 25일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놓고 회원국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산 전기차는 국내 시장에서나 해외 시장에서나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중국에 미국과 같은 관세 제재를 취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생산 방식의 혁신과 공급망 효율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