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 가능한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
N21의 한국 첫 매장 내부는 누드 컬러를 주로 사용해 브랜드가 가진 현대적인 세련미를 강조하는 한편, 용암석과 반투명 소재 디스플레이 장식을 활용해 강렬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8월에 문 연 매장은 2024년 가을/겨울 컬렉션으로 채워졌다. 각기 다른 모양의 크리스털 단추를 단 스웨터, 보드라운 버진 울로 만든 오버사이즈 재킷, 우아한 실루엣이 특징인 맥시 실크 드레스가 이번 시즌 대표 상품이다. 이번 가을/겨울 컬렉션 주제는 ‘Anarchic Glamour(무정부적 글래머)’로, 전통적인 세련미를 뒤집고자 하는 디자이너의 의지를 옷에 담았다.
델아쿠아가 “1980년대 ‘제트셋’족과 부유층이 즐겨 입던 옷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가죽·퍼·실크·울 등 다채로운 소재와 레오퍼드·지오메트릭·플로럴 등 여러 패턴을 적용해 풍성한 느낌을 준다.
N21의 국내 독점 사업권은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이 가져갔다. 현재 코오롱FnC는 ‘마크 제이콥스’ ‘닐바렛’ ‘발렉스트라’ 등 해외 명품 브랜드를 수입하고 있다. 2023년엔 뉴욕 럭셔리 브랜드 ‘케이트’를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도 했다.
한국의 N21 매장에서는 로고 플레이 위주 아이템보다는 패션쇼에 올린 컬렉션 상품의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다. ‘접근 가능한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더불어 최근의 ‘젠더 플루이드(남성과 여성을 오가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스타일)’ 트렌드를 반영해 남녀 복합 매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추후 국내 고객의 취향을 반영한 코리아 익스클루시브 상품을 기획 중”이라며 한국 소비자의 수준에 맞는 쇼핑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니트웨어로 기본기 잡은 디자이너
N21의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델아쿠아는 1962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태어났다. 현지 미술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은 그는 ‘엔리카 마세이’에서 일을 시작하며 패션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이후 ‘제니’로 옮겨 당시 디자이너였던 지아니 베르사체의 지도 아래 다채로운 경험을 쌓았다. 1990년대 초에는 고급 니트웨어로 이름을 떨친 ‘피에트로 피안포리니’와 함께 일하며 니트웨어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델아쿠아는 패션 분야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기반 삼아 1996년 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알레산드로 델아쿠아’ 론칭에 성공한다. 그리고 2002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오스카 델라 모다’ 시상식에서 최고의 신인 여성복 디자이너 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는다. 그는 여러 브랜드에서 크리에이티브 총괄로도 일했다. 라펠라·말로·브리오니 등 이태리를 대표하는 최고급 브랜드가 그의 손을 거쳤다.
N21은 델아쿠아가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떠난 후 1년 뒤 선보인 브랜드다. 2010년 2월,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발표한 N21의 2010년 가을/겨울 컬렉션은 그의 오랜 경험과 자유로운 사상을 버무린 결과물이었다. 모던한 느낌을 주는 가운데 여성미를 더했고, 남성복에서 가져온 장식과 디테일은 옷의 완성도를 살렸다. 특히 그의 주특기인 니트웨어는 N21을 고급 브랜드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