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세(稅) 전쟁…與 "금투세 폐지", 野 "5:5 토론 개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기국회가 본격화하면서 여야의 세법 논의도 달아오르고 있다. 국민의힘이 먼저 세금을 완화하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개정안을 내놓았다. 총선 직후 세제 완화 등 ‘우(右)클릭’을 시사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상속세법 외엔 뜻을 모으지 못했고, 백가쟁명식 내부 토론 중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금투세 시행을 둘러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오락가락 행보가 정말 우려스럽다”며 “주식시장이 취약하고 변동성이 큰 지금은 금투세 폐지가 정답”이라고 압박했다. 이어 이 대표가 전날 의원총회에서 “시골 오지에서 만난 노인들이 ‘주식 팔아야 하느냐’고 물어보기에 ‘지금 상태라면 주식을 안 사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고 발언한 걸 거론하며 “국회 다수당 대표가 이렇게 금융시장 불안을 자극할 얘기를 쉽게 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급박한 한국 증시 상황에 비춰보고 또한 시장의 불확실성을 조속하게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금투세 폐지 문제는 시간이 핵심이고 결단 시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에서 일정 금액(주식 5000만 원, 기타 250만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이익의 20~25%를 부과하는 세금으로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여당은 이미 6월 금투세 폐지 법안을 108명 전원 명의로 공동 발의했다. 종부세 완화도 서두르고 있다. 추 원내대표가 5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종부세 완화 계획을 공개한 데 이어,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의원이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액을 기존 12억원에서 15억원으로 상향하고 ▶3주택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김민석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김민석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우클릭’ 일환으로 금투세·종부세 등 각종 세제 완화를 예고했지만, 아직은 빈손이다. 당 일각에서 ‘부자 감세’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뜻을 모으는데 진통을 겪는 중이다. 


금투세 관련 민주당 내 기류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계속 바뀌고 있다. 이 대표는 7월 당 대표 출마 선언에서 “주식시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게 맞나”며 유예를 시사했지만, 이후엔 “공제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해 시행하자”는 식의 보완책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개미 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친명계 핵심인 김민석 최고위원은 19일 “3년 정도 유예해 증시 개혁과 부양의 검증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유예론을 주장했다. 이 대표도 같은 날 의총에서 “최근에 세금 문제까지 더해서 (국민의) 원망하는 마음이 분출되고 있다”는 발언으로 여기에 힘을 실었다.

이날 민주당은 ‘시행이냐, 유예냐’의 가늠자가 될 24일 당내 공개 금투세 토론회 라인업을 공개했다. 세법 개정을 앞두고 당에서 공개 토론을 벌이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금투세 시행팀은 기재위 소속 김영환 의원을 팀장으로 김성환·이강일·김남근·임광현 의원 등 5명, 유예팀은 정무위 소속 김현정 의원을 팀장으로 이소영·이연희·박선원 의원과 김병욱 전 의원 등 5명으로 구성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투명하게 토론하고 그 결정에 따른다는 취지로, 결국 세법 주도권은 우리가 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토론회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원하는 ‘금투세 폐지팀’은 빠져 있다”며 “국민의힘이 폐지팀이 되겠다”고 재차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시행이든 유예든 민주당은 한국 주식 밸류업이나 우상향엔 관심 없다는 게 정기 국회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