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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중앙포토.
4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에 따르면 29일 기준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평균)는 연 4.15~5.22%로 집계됐다. 글로벌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에 본격적으로 시장금리가 하락했던 6월 말(연 3.07~4.33%)과 비교하면 하단 기준 넉 달 사이 1.08%포인트 뛰었다. 이달 3%대 고정금리형 대출 상품이 사라지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4대 시중은행 중엔 하나은행 대출 상품(연 3.808~4.208%)이 유일하다. 주담대 변동금리(연 4.89~5.97%)는 상단 기준 6% 코앞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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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이는 우선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여파다.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일반적으로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조정해 결정한다. 주담대 고정금리는 5년 만기 금융채(은행채 AAA등급)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다. 5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지난 28일 기준으로 연 3.318%다. 지난달 13일 연 3.149%로 올해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던 은행채 금리가 오름세로 방향을 튼 것이다. 탄탄한 경제를 자랑하는 미국은 물론 한국도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잦아들면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9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 “경기침체에 동의할 수 없다”며 “재정을 통한 전면적인 경기 부양은 필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가산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영향도 크다. 4대 시중은행은 지난 7월부터 넉 달 동안 가산금리를 최대 1.55%포인트까지 인상했다. 초반엔 0.1%포인트 정도 인상하다가 가계대출이 폭증한 8월엔 0.4%포인트씩 인상한 곳도 있었다.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음에도 대출자가 ‘금리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배경이다.
문제는 한번 올린 가산금리는 낮추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앞으로 대출금리 오름세가 꺾이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업무원가, 위험 프리미엄 등에 따라 결정되는 가산금리는 은행 마진으로 이어진다”며 “(고객을 모으기 위해) 은행 간 대출 경쟁을 하지 않는 한 가산금리를 낮추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 대출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기준금리 인하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은 수신금리가 내려간 정기예금뿐이다. NH농협은행이 최근 수신상품 금리를 최대 0.55%포인트, 우리은행은 최대 0.2%포인트 낮췄다. 29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4대 은행(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은 우대금리 포함해 연 3.31%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