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4월 총선에서 광주광역시 동남을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했다. 대학 진학 후 광주는 명절 때만 찾는 고향이었다. 하지만 6년 전 건강이 나빠지신 아버지를 매주 뵈러 오면서 다시 삶의 터전이 됐다. 광주의 문제가 피부로 느껴졌다. 근본적인 원인은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었다.
중대선거구제 고려해야
낙선이 뻔했지만 고향 광주가 바뀌길 바라며 칼럼을 쓰고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가 당의 지도부로 영입된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당연히 광주였다. 15% 이상 지지를 얻어 동생 세대도 선거 비용 걱정 없이 보수정당 소속으로 출마해 마음껏 정치적 목소리를 내게 하고 궁극적으로 허울뿐인 민주화의 성지가 아니라 진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곳이 되게 만들고 싶었다.
재보궐에서 확인된 지역구도
특정정당 독주하면 발전 더뎌
호남 보수, 영남 진보 배워야
특정정당 독주하면 발전 더뎌
호남 보수, 영남 진보 배워야
나를 뿌리치는 시민들에게 다가가 억지로 손잡으며 말했다. “저는 어차피 당선 안 됩니다. 그래도 제가 15%라도 받아야 대통령에게 예산도 달라고 할 수 있고, 청년 세대들이 경제적 걱정 없이 마음껏 목소리도 내서 진짜 민주주의를 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래야 광주가 발전합니다. 도와주세요.” 그러나 내가 받은 표는 8.6%.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하고 끝이 났다. 나는 비대위원직을 내려놓고 정치에 거리를 두며 다시 본업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선거 후 들려오는 소식들에 더 가슴이 아팠다. 배드민턴 협회의 부당함을 폭로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에게 가해지는 호남 비하 여론, 광주 최고 번화가의 스타벅스마저 문 닫는 상권의 쇠퇴, 민주당 최고위원에서도 호남 출신은 선출되지 못하는 현실이 그것이다.
지방의 재정 자립도를 보면 광역시는 광주, 대구 순, 자치도는 전북, 전남, 경북 순으로 낮다. 특정 정당의 세력이 강한 곳이다. 민주주의의 원칙인 권력의 견제가 잘 작동해야 지역이 발전하고 나아가 국가도 발전한다. 더 이상 이 지역 구도를 두고 보지 말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먼저 광역자치단체에서 국회의원을 한꺼번에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개편을 고려해봐야 한다. 사표를 막고 특정 정당의 권력 독점을 막으려면 현재의 소선거구제로는 힘들다. 광역자치단체의 정책은 구마다 따로 있지 않다. 더구나 국회의원은 중앙 정부와 소통이 중요한 직책이라 구별로 나누어진 국회의원 선거구는 큰 의미가 없다.
지역구도 타파 소명의식 가져야
그런데 미국 대선에서는 민주당 초강세 지역이라는 캘리포니아주에서도 63% 정도, 공화당은 34% 정도다. 우리는 호남에서 15% 넘기면 기적이라고 한다. 이건 고쳐야 하지 않겠나.
정당 스스로 지역 구도를 타파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국민의힘에서는 광주·전남·전북 지역 몫 비례 3석, 민주당에서는 대구·경북 2석을 보장해서 당선인은 9명의 보좌진과 함께 지역 조직을 정비하며 다음 총선에 해당 지역에서 출마하는 방식이 예가 될 수 있다.
정책 보완도 중요하지만 정치인들이 소명 의식을 가지고 지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호남에서도, 영남에서도 제2, 제3의 노무현이 계속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인들이 힘을 합쳐야 바꿀 수 있다. PK에서 민주당이 선전하는 것도 결국 두 전직 대통령인 노무현과 문재인 등 부마항쟁 그룹이 기반이 됐기 때문이 아닌가. 호남의 보수 우파도 부마항쟁 그룹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 호남의 문제를 호남 출신 정치인들이 해결해야지 누가 해결해주겠나. 그 노력으로 내 고향 광주에서 새로운 생명의 꽃이 만개하길 기대해본다.
박은식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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