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부장 허용구)는 11일 오전 정모 부산지검 검사에게 성남지청으로 일일 직무 발령을 받아 공판에 출석하는 것이 위법하다며 퇴정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가 지난 7월부터 위법 소지 또는 문제점을 지적했고, 스스로 시정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시정조치가 전혀 없다. 검사의 위법은 어떤 식으로든 용납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퇴정 명령이 내려지자 정 검사 뿐만 아니라 나머지 검사들까지 모두 반발해 법정을 떠났다. 재판도 파행됐다. 정 검사는 “검사의 공판유지 권한을 전면 박탈하고 직무대리발령 받았음이 명백함에도 재판부가 검찰 내부까지 개입하겠다는 것”이라며 “소송 지휘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지검 성남지청도 재판 파행 직후 퇴정 명령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재판부 기피신청에 나섰다. 피고인이 아닌 검찰에서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로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성남FC 사건 재판부와 검찰은 검사들의 ‘1일 직무대리 발령’을 두고 최근까지 기싸움을 벌여왔다. 성남FC 재판은 공판 때마다 정 부산지검 검사와 신모 서울중앙지검 검사, 정모 대구지검 경주지청 검사가 성남지청으로 하루 발령을 받아 공소 유지를 하고 있다. 재판부가 이에 대해 문제 삼자 검찰은 지난달 “타 청 소속 검사가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공판 직무를 수행한 것은 적법하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청법 5조에 따르면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다른 검찰청에서 직무 수행이 가능하고, ‘검찰청의 장은 직무수행상 필요하고 또는 부득이한 경우 검사 상호 간 직무를 대리하게 할 수 있다’는 검찰근무규칙에 따라 정당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난 11일 “검찰청법 34조 1항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규정돼 있어, 검사의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다”며 “검찰총장에게는 검사에 대한 인사권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총장이 직무대리 명령을 통해 사실상 검사 인사권을 행사해 이를 우회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또 “’증거의 양이 방대하고, 사안이 복잡한 사건’이라 불가피하다면, 오히려 장기간 이를 다룰 검사가 필요한데, 직무대리 1일은 편법으로 적용한 것으로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공판 유지를 위한 타검찰청의 검사 파견이 모든 재판부에서 문제가 된 건 아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김동현)가 연 지난 8월 20일 대장동 재판에선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측 변호인이 “타 청 검사의 공판 관여는 위법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고법 형사1부(부장 문주형)도 지난 9월 26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재판에서 검사의 직무대리 발령 서류에 대해 “앞으로는 내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