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네이버·마켓컬리가 소비자의 계약 해지를 방해했다며 제재에 착수했다. 앞서 같은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오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 등 구독 서비스 업계는 서비스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라며 반발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전경. 중앙포토
2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쿠팡·네이버·마켓컬리에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유료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기만적인 방법으로 소비자의 계약 해지를 방해했다고 봤다. 소비자가 구독 해지를 신청하면 즉각 서비스를 중단하고 남은 기간 이용료를 돌려주는 게 아니라, 환불 없이 서비스를 유지하다 구독 만료일에 서비스를 종료하는 방식이 구독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각 업체는 ‘와우 멤버십’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컬리멤버스’ 등 유료 구독 서비스를 통해 빠른 배송, 추가 적립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커머스 업계의 구독 해지 방식이 소비자의 계약 해지를 방해한다고 봤다. 쿠팡의 심사보고서엔 유료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 과정에서 나타난 '다크 패턴(소비 유도 상술)' 혐의도 포함됐다. 사진은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실 전경. 연합뉴스

쿠팡 와우 멤버십의 요금 인상 이후 동의 절차를 두고 다크 패턴 논란이 일자 지난 7월 쿠팡은 앱 안에 요금 변경 동의 여부를 재확인 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사진 쿠팡
“계약 해지 방해” vs “구독경제 특성 고려해야”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구독 서비스 업계는 온라인 구독 경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단기간에 핵심 서비스만 누리고 구독을 해지하는 ‘체리 피커’를 막기 위해선 환불 제한이 필요하단 것이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하루만 운동하고 해지할 생각으로 헬스장 회원권을 사는 사람은 없지만, 동영상 시청이나 물품 배송 등 온라인 구독 서비스는 원하는 혜택을 단기간에 빠르게 누리고 나서 바로 구독을 취소하는 고객이 있다”라며 “누린 혜택이 아니라 구독 기간을 기준으로 무조건 환불해줘야 한다는 건 구독 서비스에 대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구독 서비스 해지 방식에 대한 공정위 제재가 시작되자 OTT 등 구독 서비스 업계는 '체리피커(실속만 챙기려는 고객)'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방식이라며 반발했다. 연합뉴스
“소비자 이익과 업계 특성 모두 따져봐야”
그러나 소비자 기만 행위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필요하다고 봤다. 박정은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다크 패턴 규제는 기업이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소비자가 착오로 원치 않는 결제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