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손 잡았다…여당 일부 "대통령 자충수 뒀다"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강보현 기자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강보현 기자

4일 국회 본회의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장 주변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여야 국회의원과 보좌관은 봉쇄된 국회 담벼락을 넘어 하나둘씩 회의장에 진입했고, 이를 실탄으로 무장한 병력이 가로막으면서 국회의사당 주변에선 고성과 비명이 이어졌다. 국회 본청 입구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던 계엄군은 물리력으로 강제 진입했고, 이를 막던 국회 보좌관·당직자들은 소화기를 뿌리며 저항하기도 했다.

국회가 이날 격전장이 된 건 헌법 77조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물론 한동훈 대표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계엄을 합법적으로 해제하겠다”며 국회의사당으로 향했고, 계엄군과 경찰 병력은 국회 의결이 이뤄지기 전에 여야 의원들을 체포·구금하려는 듯 국회를 에워쌌다.

계엄 선포 직후 양당은 소속 의원들에게 국회로 집결하라는 비상소집령을 내렸다. 양당 대표도 계엄령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계엄 선포 직후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오후 11시쯤엔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도착해 “요건도 맞지 않은 위법한,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라며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국민과 함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께서는 안심해주길 바란다. 반드시 저희가 위법·위헌적인 비상계엄을 막아낼 것”이라고 말한 뒤 국회 의사당으로 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오후 10시 53분쯤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을 배반했다. 이 순간부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사법제도도 다 중단되고 군인들이 심판하는 비상계엄이 시작됐다. 이제 곧 탱크와 장갑차 총칼을 든 군인들이 이 나라를 지배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야 긴급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여야는 일순간 패닉에 빠졌으나, 양당 지도부의 공지를 받고 하나둘씩 국회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야당 의원들은 “지금 당장 군대를 풀어 우리를 체포할지 모른다”는 연락을 주고받으며 속속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집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밤 10시 50분쯤 박찬대 원내대표 명의의 긴급 문자메시지를 통해 소속 의원과 보좌진·당직자에게 “지금 즉시 국회 본청으로 모여달라”고 공지했다. 혼란에 휩싸인 건 여당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국회 폐쇄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여당 의원들은 “어떻게든 본청 안으로 들어 가야한다”, “비상계엄 해제에 표를 보태겠다”, “대통령이 자충수를 뒀다”고 성토했다. 국민의힘도 추경호 원내대표가 계엄 선포 즉시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엄이 선포된 지 40여분 만에 국회의사당 정문에는 국회 경비단과 경찰이 바리케이트를 쳤다. 입장하려는 시민들과 실랑이가 벌어지는 가운데 국회 출입증이 있는 사람만 경내로 입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인파를 뚫고 들어서며 “대통령이 정말로 미친 것 같다”, “검사 탄핵했다고 계엄을 선포하다니 제정신인가”, “대통령이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등의 탄식을 내뱉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하나둘 국회에 모여들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언제, 어디서 본회의를 소집해 국회 재적의원의(300명)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을 해제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헌법 제77조 6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 모인 의원들 사이에서는 “지금 몇 명이나 왔나” “150명이 곧 될 것”이라는 대화가 오갔다. 우원식 의장은 계엄 선포 이날 오후 11시 55분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회는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조치하겠다”며 “모든 국회의원은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달라. 특별히, 군경은 동요하지 말고 자리를 지켜줄 것을 당부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비슷한 시각 국회 상공에 군 헬기가 여러 대 나타났다. 특전사로 보이는 군인들이 속속 헬기에서 내려 국회 본청을 향해 왔다.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도 군 탱크가 출발했다. 군인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진입을 시도하자 민주당 일부 의원과 보좌진들이 앞장서 “경험 있는 애들이 앞장서서 진을 짜자”며 스크럼을 짰다.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이 본청 앞에서 현장 군 지휘관과 잠시 대화를 나눴지만, 이미 한켠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후 본청 문을 사수하려는 민주당 보좌진들과, 내부로 진입하려는 군인들 간 무력 대치가 수십분간 이어졌다. 본청 내부에서는 누군가 회의실 문짝과 책상 등을 들고 와 군인들의 진입을 총력 방어했다. 몸으로 군대를 막아서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707 특전부대가 왔다” “절대 밀리면 안 된다” “몸으로 막자”는 외침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군인들이 보좌진을 바닥에 쓰러뜨리는 장면도 목격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국회 보좌관들이 본회의장 입구를 막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국회 보좌관들이 본회의장 입구를 막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는 사이 긴급 회의를 이어가던 여야 의원들은 각자의 본회의장 자리로 이동했다. 계엄 해제를 의결하기 위한 준비였다. 계엄 선포 2시간여만인 4일 오전 12시 20분쯤 우 의장이 국회 본회의장 자리에 착석했다. 우 의장이 “절차의 오류 없이 국회법에 따라 오류 없이 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의장님 뭘 하는 거냐. 거수로 하면 되지 않나”, “빨리 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은 의장석으로 가서 “빨리 해달라”고 항의했다. 여당 의원 약 20여명도 본회의장에 자리했고, 한동훈 대표는 본회의장 뒤편에서 당직자 등과 심각하게 상황을 지켜봤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4일 새벽 1시쯤 국회의장에 진입했다. 본회의장 뒷편에서 한 대표에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국회 직원들이 재석의원 수를 헤아리는 동안, 본회의장 밖에서는 보좌진과 군인, 취재진이 질서없이 뒤엉켰다. 곳곳에서 “이제 정권은 끝난 것 아니냐”는 말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