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이날 격전장이 된 건 헌법 77조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물론 한동훈 대표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계엄을 합법적으로 해제하겠다”며 국회의사당으로 향했고, 계엄군과 경찰 병력은 국회 의결이 이뤄지기 전에 여야 의원들을 체포·구금하려는 듯 국회를 에워쌌다.
계엄 선포 직후 양당은 소속 의원들에게 국회로 집결하라는 비상소집령을 내렸다. 양당 대표도 계엄령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오후 10시 53분쯤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을 배반했다. 이 순간부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사법제도도 다 중단되고 군인들이 심판하는 비상계엄이 시작됐다. 이제 곧 탱크와 장갑차 총칼을 든 군인들이 이 나라를 지배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야 긴급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여야는 일순간 패닉에 빠졌으나, 양당 지도부의 공지를 받고 하나둘씩 국회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야당 의원들은 “지금 당장 군대를 풀어 우리를 체포할지 모른다”는 연락을 주고받으며 속속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집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밤 10시 50분쯤 박찬대 원내대표 명의의 긴급 문자메시지를 통해 소속 의원과 보좌진·당직자에게 “지금 즉시 국회 본청으로 모여달라”고 공지했다. 혼란에 휩싸인 건 여당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국회 폐쇄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여당 의원들은 “어떻게든 본청 안으로 들어 가야한다”, “비상계엄 해제에 표를 보태겠다”, “대통령이 자충수를 뒀다”고 성토했다. 국민의힘도 추경호 원내대표가 계엄 선포 즉시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언제, 어디서 본회의를 소집해 국회 재적의원의(300명)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을 해제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헌법 제77조 6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 모인 의원들 사이에서는 “지금 몇 명이나 왔나” “150명이 곧 될 것”이라는 대화가 오갔다. 우원식 의장은 계엄 선포 이날 오후 11시 55분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회는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조치하겠다”며 “모든 국회의원은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달라. 특별히, 군경은 동요하지 말고 자리를 지켜줄 것을 당부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비슷한 시각 국회 상공에 군 헬기가 여러 대 나타났다. 특전사로 보이는 군인들이 속속 헬기에서 내려 국회 본청을 향해 왔다.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도 군 탱크가 출발했다. 군인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진입을 시도하자 민주당 일부 의원과 보좌진들이 앞장서 “경험 있는 애들이 앞장서서 진을 짜자”며 스크럼을 짰다.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이 본청 앞에서 현장 군 지휘관과 잠시 대화를 나눴지만, 이미 한켠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후 본청 문을 사수하려는 민주당 보좌진들과, 내부로 진입하려는 군인들 간 무력 대치가 수십분간 이어졌다. 본청 내부에서는 누군가 회의실 문짝과 책상 등을 들고 와 군인들의 진입을 총력 방어했다. 몸으로 군대를 막아서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707 특전부대가 왔다” “절대 밀리면 안 된다” “몸으로 막자”는 외침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군인들이 보좌진을 바닥에 쓰러뜨리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4일 새벽 1시쯤 국회의장에 진입했다. 본회의장 뒷편에서 한 대표에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국회 직원들이 재석의원 수를 헤아리는 동안, 본회의장 밖에서는 보좌진과 군인, 취재진이 질서없이 뒤엉켰다. 곳곳에서 “이제 정권은 끝난 것 아니냐”는 말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