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역인으로 일하는 미얀마 출신 루나(28·가명)는 “계엄 선포 뉴스를 보고 한국이 제2의 미얀마가 되는 줄 알고 벌벌 떨었다”며 “고향이 북부 카친 주(kachin state)라서 2021년 계엄 당시에 가족들이 시위에 참여했지만, 해코지를 당하진 않았었다. 한국에서 일이 생길까 봐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다.
루나는 2021년 2월 미얀마 군부 쿠데타 직전인 2020년 유학생 비자로 한국에 머무르다 올해부터 취업해 한국에 정주하길 원하는 이주민이다.
경기 안산 원곡동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출신 잔나(30대)도 “한국에서도 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며 불안에 떨었다고 한다. 잔나는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아들을 임신한 채로 남편 A씨(고려인)와 함께 한국 시아버지 집으로 피신했는데, 3개월 전 남편이 전쟁에 징집돼 전사하면서 지난달 본국에 들어가 장례를 치르고 돌아왔다.
고려인 동포 지원단체인 사단법인 너머의 김영숙 상임이사는 “밤사이에 있었던 일이라 이주민들이 크게 동요하진 않았으나 이튿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은 군인들이 시내에 돌아다니는 장면이 계속 방송에 나와 매우 당황스러워했다”고 했다.
경기 화성 이주민지원단체에서 일하는 베트남 출신 결혼 이주 귀화 여성 D씨(36)씨는“고향에서 가족들이 한국에 큰일이 난 거 아니냐고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보다 고향에 있는 외국인들이 더 걱정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조영관 이주민센터 친구 부대표(변호사)는 “군사 쿠데타, 정치적 환경이 안정적이지 않은 동남아 지역 이주민들은 한국의 40~50년 전 군사독재 시절을 여전히 본국에서 경험하고 있다”며 “정치적 불안정성을 피해 한국을 선택한 이주민이 많은데, 과연 한국에 자기 미래를 걸고 일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고려해 판단한 계엄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