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2.15포인트(0.9%) 내린 2441.85에 장을 끝냈다.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전날 1.44%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1%에 가깝게 주가가 내려갔다. 같은 날 코스닥 지수도 전날 대비 6.21포인트(0.92%) 하락한 620.94에 거래를 마쳤다.

김경진 기자
연이틀 증시 하락세를 주도한 것은 이번에도 외국인이었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현물 시장에서 3202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222억원을 팔아치웠다. 비상계엄 사태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다.

김경진 기자
특히 정부가 추진하던 ‘밸류업(기업 가치 개선)’ 정책 우등생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대표적으로 금융주는 비상계엄 직후인 전날에 이어 이날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KB금융(-10.06%)은 10% 넘게 주가가 내려갔고, 신한지주(-5.5%)·하나금융지주(-3.25%)·우리금융지주(-3.77%)·메리츠금융지주(-3.46%)·삼성화재(-5.20%)·기업은행(-3.50%)·삼성증권(-3.78%)·키움증권(-5.32%)도 하락세가 컸다. 금융주는 최근 증시에서 이탈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여기에 탄핵으로 인해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 지속 가능성이 불확실해 지면서 투자금 이탈이 커졌다.
역시 정부 밸류업 정책에 배당 확대 기대감이 컸던, 현대차(-2.15%)·기아(-4.18%)도 하락세를 보였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 순매도 금액 상위 종목 1위는 삼성전자(3443억원)였고 그 뒤를 KB금융(1433억원)·신한지주(582억원)·기아(253억원)·하나금융지주(245억원)가 이었다. 모두 밸류업 정책의 수혜 주들이다.
환율도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5원 떨어진 1415.1원을 기록했다.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으로 올해 들어 가장 낮다. 탄핵 정국이 시작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데 이어, 미국 경제가 예상을 뛰어넘는 강세를 보이면서다. 4일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미국 경제가 지난 9월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하다”고 발언해 달러 강세에 기름을 부었다.

김경진 기자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면서 금융당국도 시장 다잡기에 나섰다. 5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 상황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기관투자자들이 중장기적 투자시계를 가지고 단기적 시장변동에 대처해 달라고 당부하고, 감독 당국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본시장 선진화, 규제 합리화 등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원장은 최근 정책·정치테마주 부상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또 같은 날 금감원은 함용일 부원장 주재로 ‘증권사 긴급 현안 간담회’도 열고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유동성, 환율 등 리스크 요인별로 ‘종합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 계획)’을 마련해 만일의 상황에 긴밀히 대응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