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도 꾸리기 전 軍 투입했다…속속 드러나는 尹계엄 전모

비상 계엄 선포와 관련한 내란 혐의 수사가 시작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작전 중인 육군 특수전사령관·수도방위사령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병력 움직임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계엄 발표 전 상황 파악이 안 된 이들 현장 지휘관에게 대기를 명령하고, 계엄사령부가 구성되기도 전 군 투입을 지시하는 등 실제 행동을 총지시했다.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부터 속전속결로 장악하려 했던 시도로, 이는 철저히 윤 대통령과 휘하 극소수 인사가 각본·연출·주연을 모두 맡는 형태로 진행됐다는 의미다.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6일 특전사령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왼쪽), 박선원 의원과 계엄 당시 상황에 관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김병주 의원 유튜버 캡쳐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6일 특전사령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왼쪽), 박선원 의원과 계엄 당시 상황에 관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김병주 의원 유튜버 캡쳐

 
관련자들의 국회 증언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토대로 당시 지시 하달 및 이행 과정 등을 재구성한 결과 해당 극비 작전은 대통령의 선택을 받은 인물들이 포고령 발효 전부터 정상적인 지휘계통을 무시한 채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위법 요소가 추가된 셈이다.

 

김용현, 계엄사령관 건너뛰고 직접 지시 

 
곽종근 특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전 김 전 장관으로부터 대기 명령을 받았고, 계엄이 선포된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의 지시가 이뤄졌다고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까지 나서 병력 이동을 직접 챙겼다고 밝혔다. 계엄법상 정식 명령권자인 계엄사령관을 건너뛴 것으로, 군 투입 관련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곽 사령관은 6일 김병주 의원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비상계엄령이 보도되기 20분 전에 장관이 대기하라고 지시했다”며 “비상계엄은 언론 보도를 보면서 최초로 인지했다”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계엄령 선포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의 지시는 계속됐다. 곽 사령관은 “국회의사당 시설 확보 및 인원 통제, 선거관리위원회 시설 확보 및 외곽 경비, ‘여론조사 꽃’ 시설 확보 및 경계 등의 임무를 장관에게 전화로 받았다”고 말했다. 또 김 전 장관이 국회의원들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는 지시까지 내렸지만 “위법성이 명백해 응하지 않았다”는 게 곽 사령관의 설명이다.

같은 채널에 출연한 이 사령관도 “계엄 발표 10분 전 비상계엄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고 ‘상황이 위중하니 집무실에서 대기하라’는 장관 전화가 있었다”며 “계엄령 선포 후에는 국회로 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사령관은 또 “계엄사령관과 통화는 한 번이었다”며 “장관과는 여러 차례 통화했다”고 말했다.

尹, 현장 직접 챙기며 국회 장악에 관심 

 
이들 모두 작전 중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고도 털어놨다. 곽 사령관은 "707(특임단)이 이동할 때 ‘어디쯤 이동하고 있느냐’(는 전화를) 한 번 받았다"며 "작전 중간, 국회 도착하기 전쯤인데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사령관 역시 “대통령으로부터 한 차례 전화가 왔다”며 “‘거기(국회) 상황이 어떤가?’라고 물어 ‘굉장히 복잡하고 인원들이 이동하기 어렵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이 6일 수도방위사령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왼쪽), 박선원 의원과 계엄 당시 상황에 관해 인터뷰하고 있다. 김병주 의원 유튜버 캡쳐=연합뉴스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이 6일 수도방위사령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왼쪽), 박선원 의원과 계엄 당시 상황에 관해 인터뷰하고 있다. 김병주 의원 유튜버 캡쳐=연합뉴스

 
당시 작전은 계엄 명령 체계는 물론 계엄군의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던 것으로 보인다. 707 특수임무단의 국회 투입이 이를 뒷받침한다. 곽 사령관에 따르면 해당 부대가 국회에 진입한 이유는 야간 훈련을 대비하고 있어 인원이 소집이 수월하기 때문이었다. 707 특임단은 원래 대테러 작전에 특화된 인력이다. 

이는 어떤 특수부대가 됐든 일단 빨리 투입, 속도전을 통해 계엄 해제를 의결할 수 있는 국회를 먼저 장악하기만 하면 된다는 군 수뇌부의 인식을 방증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707 특임단은 헬기를 타고 국회에 강하했는데, 헬기 준비 등에만 50분이 걸렸다는 게 곽 사령관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곽 사령관은 국회·선관위·여론조사 꽃 시설 확보 및 경계 임무를 지시받았다며 “국회 말고는 가지 않던 곳이기 때문에 선발대부터 보냈다”고 설명했다. 위치조차 몰랐다는 취지로, 통상적 작전 대상이 아닌 시설에 진입을 명령한 데다 작전 시행을 위한 기초적 사전 조사도 전혀 없었다는 방증이다. 

충암파 여인형, 선관위 투입 때 두각…尹 발표 5분 만에 계엄군 도착 

 
선관위에 대한 병력 투입 과정에선 군 내 충암파로 분류되는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역할이 도드라졌다. 윤 대통령이 3일 오후 10시 23분 계엄 담화를 발표했고, 여 사령관은 오후 10시 30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 청장은 국회에서 “여 사령관이 ‘우리가 선관위 쪽에 간다. 경찰하고 합동수사본부를 꾸려야 할 일이 있을 것 같으니 수사관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여 사령관은 조 청장에게 정치인 등 주요 인사의 위치 확인을 요청했다. 다만 경찰청은 조 청장이 주요 인사의 위치 확인은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계엄군 10명이 처음 선관위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0시 33분이었다. 경찰에 대한 협조 요청과 군 투입이 거의 동시에 이뤄진 것이다. 특히 가짜뉴스, 여론조작 등을 금지한 포고령 1호가 발효한 건 오후 11시부였고, 발표는 오후 11시23분에 이뤄졌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국회에서 자신이 계엄사령관에 임명된 사실을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계엄 업무의 근거가 되는 계엄사령부가 제대로 구성되기 전, 포고령이 발효되기도 전에 군이 먼저 선관위에 투입된 것이다.  

윤석열·김용현 만나고 있을 때, 이상민과도 통화했나 

 
극소수를 중심으로 한 사전 모의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행보에서다. 이 장관은 민주당이 제기한 올해 초 방첩사 ‘충암파 4인 비밀회동’ 멤버로도 꼽힌다.

행정안전부가 이날 이상식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장관은 3일 오후 6시쯤 김 전 장관의 전화를 30초 간 수신했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실에 들어가 윤 대통령을 만난 시간과도 일치한다. 윤 대통령과 계엄령을 논의하다가 이 장관에게 전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이 장관은 지방에서 서울로 이동하고 있었다고 한다. 계엄령 관련 국무회의 등을 위해 대통령실로 급한 호출이 이뤄졌을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김 전 장관이 당시 전화에서 이 장관에게 “용산 대통령실로 들어오라”고 했고, 이 장관이 계엄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대통령실에 도착한 이후였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행사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4.10.01.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행사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4.10.01.

 
결과적으로 군 내부에선 극소수 충암파의 계엄 논의가 특전사령관·수방사령관 등 ‘김용현 충성파’로 곧바로 하달됐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제 와서 이들은 서로 책임을 돌리며 분열 양상을 띠고 있다. 여 사령관조차 언론 인터뷰에서 “TV로 실시간으로 계엄선포 상황을 지켜봤다. 엄청 놀랐다”고 사실상 김 전 장관에 책임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