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감천문화마을의 야경. 김경빈 기자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감천문화마을’이 과잉관광(오버 투어리즘)으로 몸살을 겪자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이 전국 최초로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두 번째다.
부산 사하구는 내년 초 조례를 개정한 뒤 문화체육관광부와의 협의,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사하구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관광지나 관광단지·관광특구로 지정하면 개발에 제한이 많아져 주민 재산권 침해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면 주민 생활 불편을 해소하면서 예산 지원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재생사업 이후 관광객 150배 증가·주민 수는 반 토막
감천문화마을은 2011년 도시재생사업 일환인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을 통해 음침한 골목길에 벽화를 그리고, 빈집을 공공미술관으로 만들었다. 그러자 2011년 2만5000명에 불과하던 관광객이 2019년 300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주춤했지만, 2023년 예전 수준을 회복해 2024년 11월 기준 266만명이 감천문화마을을 찾았다.
반면 감천문화마을 주민 수는 급감하고 있다. 사하구청에 따르면 2010년 3161명이던 주민이 2023년에는 1558명으로 반 토막 났다. 2022년 기준 감천문화마을 주민 1명당 연간 관광객 비율은 1122명이다. 이는 유럽 이탈리아 베네치아 21명보다 53배 이상 높은 수치다. 극심한 과잉관광이다.
지난 5일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산 감천문화마을을 찾은 수많은 관광객이 '어린왕자' 조형물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은지 기자
특별관리지역 지정, 방문시간 제한·입장료 징수 가능
주민들은 소음문제를 비롯해 쓰레기난, 차량 정체, 주차난을 호소하고 있다. 20년째 감천문화마을에 거주하는 한모(69)씨는 “성수기에는 대형 관광버스가 하루 80대씩 비좁은 골목길까지 들어와 시끄럽고, 걷기도 힘든 지경”이라며 “죽어가던 동네가 살아난 건 좋은데 사생활 침해나 주차난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털어놨다.
감천문화마을이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관광객 방문시간 제한이나 자동차 통제가 가능하다. 입장료를 징수할 근거도 생긴다. 앞서 지난 7월 서울 종로구가 북촌한옥마을을 전국 최초로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면서 관광객 방문 가능 시간을 오전 10시~오후 5시로 제한했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10만원을 내야 한다.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 송승홍 회장(오른쪽)과 문원식 부회장(왼쪽)이 마을 발전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감천문화마을 주민은 입장료 징수 등으로 주민 생계비 지원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2022년 감천문화마을 관광객 수는 175만명이지만, 주민협의회가 거둔 이익은 2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관광객 1명당 벌어들인 수입이 126원인 셈이다. 송승홍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장(79)은 “관광수익금으로 노인가구 이불빨래를 무료로 해주고, 명절날 상품권 등을 지급하고 있지만 부족하다고 느끼는 주민들이 많다”며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주민과 관광객이 공생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하구는 주민 정주 환경 개선에 방점을 두고 특별관리지역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사하구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감천문화마을 주민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노령인구다. 새로운 주민이 들어오지 않으면 인구가 줄 수밖에 없다”며 “외부경관은 유지하되 내부공간은 주민이 살기 좋도록 개선해 주민이 떠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