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린 이른바 ‘사라 김’ 김모(49)씨가 헬멧 등을 이용해 베트남에서 국내로 마약을 들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중앙일보가 확보한 김씨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향정) 등 혐의 1심 판결문엔 마약 밀수 수법과 보관·관리, 거래 방법 등이 상세하게 담겼다.

김씨의 범행은 그가 2018년 10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이후 시작됐다. X(구 트위터), 텀블러, 텔레그램, 위챗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량의 필로폰과 케타민 등 불법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하고 유통했다. 확인된 마약 유통 규모만 70억원에 이른다. 

김씨가 마약을 국내로 들여온 방법은 다양했다. 2021년 3월엔 헬멧 속에 필로폰을 숨긴 뒤 일반 우편물 박스에 넣어 항공특송화물로 국내로 발송했다. 액상 필로폰 411g을 헬멧에 넣거나, 헬멧 정수리 부분 안쪽에 170g 상당의 필로폰을 테이프 등으로 접착시킨 뒤 서울과 김포로 보내는 우편물처럼 꾸몄다.
2021년 4월엔 합성대마 686g을 종이 티백 271개에 나누어 담아 밀봉한 뒤 음료 상자 5개에 은닉해 항공특송화물로 발송했다. 2021년 8월엔 합성 대마 5027g을 지퍼백에 담아 라면이 담긴 종이박스에 넣어 국내로 보냈다.
2020년 6월엔 필로폰 11g을 은닉한 대봉투 안에 잡지를 5권을 넣는 방식으로, 2020년 10월엔 필로폰 6.13g을 전자레인지 설명서 사이에 숨긴 뒤 우편물처럼 꾸며 국내로 보냈다.

마약 운반에 여행객을 운반책으로 동원하기도 했다. 2019년 6월엔 필로폰 판매를 하면서 알게 된 A씨에게 베트남 여행을 시켜준 뒤 필로폰 100g이 들어있는 성인용품을 신체에 숨겨 귀국하게 했다.
2019년 8월엔 B씨에게 “필로폰을 한국에서 팔아주면 1g당 10만원씩 주겠다”고 제안해 여성용품에 숨기는 방식으로 마약을 국내로 들여왔다.

 
김씨는 들여온 마약을 비닐봉지 등에 담아 서울과 경기 안산시의 건물 화장실 대변기 칸에 숨겼다. 이를 판매책들에게 1g, 0.5g 등으로 각각 소분시켜 주택가 우편함과 상가 화장실, 전기단자함 등에 은닉하고 돈을 받으면 마약을 숨긴 장소를 알려주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팔았다.


수원지법 형사13부(부장 박정호)는 지난달 27일 김씨에게 징역 25년과 약물·재활교육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6억 8932만2200원 추징을 선고하면서 “수사기관에 적발되지 않기 위해 베트남에서 다수의 사람을 포섭하고 범행 수법을 달리해 마약류를 수입하거나 판매하는 등 조직적 또는 전문적으로 범행했다”고 판시했다.
김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던 김씨의 아들(25)에게도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