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장관은 8일 “국민 여러분을 편하게 모시지 못하고 대통령을 잘 보좌하지 못한 책임감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국민께 송구한 마음”이라며 “한 사람의 평범한 국민으로 돌아가 자유 대한민국의 도약에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정안전부 업무 차질 불가피
행안부 측은 “장관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시간이나,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한 시점은 확인이 안된다”면서도 “다만 (장관 사임 관련) 재가를 행안부가 통보받은 건 8일 오후”라고 밝혔다.
수장 공백으로 행안부는 업무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2025년은 제1차 동시지방선거를 실시한 1995년 이후 지방자치제도가 3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행안부는 10주년(2005년)·20주년(2015년)에도 민선 지방자치 사업을 진행했다.
행안부는 연말까지 행정체계개편 권고안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이미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가 지난 10월부터 지역 의견 수렴 절차에 돌입해 지방 행정체제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했던 3일 이상민 장관이 주재하다 갑자기 뛰쳐나와 상경했던 회의도 중앙·지방정책협의회였다. ▶[단독] '충암파' 이상민 계엄 몰랐나…어제 돌연 울산서 서울행
행안부는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추진할 수 있는 행정 체제 개편을 검토 중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등 광역시·도 통합, 특별지방자치단체 활성화, 읍·면·동 기능 효율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정치적 코마 상태인 상황에서 이 장관까지 물러나면서 지방자치 업무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생·고령화·노동·이민 등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계획도 멈춰 설 것으로 보인다. 인구전략기획부가 출범하려면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조직법은 행정안전위원회에,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은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사의를 표명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40여일이나 된다”며 “야당의 적극적 협조를 당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두 번째 탄핵안 발의 중 사퇴…계엄 동조·모의 혐의
행안부는 재난 대비·대응·복구 정책을 담당하는 재난 안전 총괄부처다. 재난 예방을 위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활용해 재난 감지를 고도화하고 기후위기 대응 방안도 혁신할 계획이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던 정책은 이미 동력을 잃은 상태”라며 “최대한 빠르게 수습해야 국정 과제를 추진하고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로써 행안부는 1년 5개월 만에 다시 수장이 자리를 비웠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2월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을 때도 행안부는 5개월 가까이 수장 공백 사태를 겪었다. 당시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7월 기각하면서 이 장관은 167일만에 장관직에 복귀한 바 있다.
한편 이 장관이 물러나자 행안부는 8일 오후 4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간부회의를 개최했다.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이 자리에서 “엄중한 시기를 감안해 공직이 중심을 잡고 소임을 다 해달라”며 “대설 한파 등 겨울철 재난과 화재 등 긴급 상황에도 차질없이 대응하도록 근무 태세를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