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헌법재판소는 "부조리와 선거법 위반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결함이 있었다"며 "루마니아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 절차가 전면 재실시될 것"이라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8일로 예정했던 결선 투표는 취소됐다.
앞서 지난달 24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선 친러 성향의 무소속 컬린 제오르제스쿠 후보가 22.9%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제오르제스쿠는 투표 전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5.4%에 그쳐 대이변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제오르제스쿠는 그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둔하고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는 등 친러 행보를 보였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선거운동 자금을 들이지 않은 대신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선거운동을 펼쳐 지지율을 끌어올렸다고 주장해왔다. 제오르제스쿠는 틱톡에 약 54만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인위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직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도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고, 헌재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달 28일 재검표와 투표의 공정성 문제를 검토했다. 또한 5일 루마니아 정보국(SRI)은 러시아로 추정되는 외부 세력이 제오르제스쿠를 홍보하기 위해 텔레그램을 통해 수천개의 틱톡 계정을 조직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SRI은 보고서에서 80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100여명이 돈을 받고 제오르제스쿠의 영상을 게시했고, 루마니아 선거 웹사이트의 로그인 데이터가 러시아 사이버 범죄 플랫폼에 공개되는 등 8만5000건이 넘는 사이버 공격 시도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무부는 "루마니아의 외교 정책을 서방 동맹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외국 행위자들에 경고한다"며 "이는 미국의 안보 협력에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는 루마니아 선거 운동에 대한 어떠한 개입도 없었다며 부인했다.
요하니스 대통령은 1일 치른 총선 결과에 따라 구성된 새 정부가 대선 일정을 새로 정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향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덴마크 오르후스대의 분석가 코스틴 치오바누는 "루마니아 사회 내의 불확실성과 양극화가 심화해 루마니아 정부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오르제스쿠가 선거에 다시 출마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극우의 상승세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르지우 미스코이우 바베스-볼야이대 정치학 교수는 로이터에 "법원이 제오르제스쿠의 재출마를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사람들은 남아있는 극우 후보를 중심으로 모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