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에 참여한 78명의 의원 중 73명이 재신임에 찬성했고, 친한계인 고동진ㆍ김건 의원 두 명이 반대했다. 김소희ㆍ신동욱ㆍ우재준 의원 등 3명은 기권했다. 국민의힘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원내대표 재신임과 같은 특별안건의 경우 재적의원의 절반 이상(54명)이 찬성하면 의결된다. 하지만 재신임에도 불구하고 추 원내대표는 주변에 “원내대표 사퇴를 번복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전날 추 원내대표가 스스로 밝힌 사의 명분은 “작금의 국정 혼란 상황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추 원내대표와 함께 사의를 표명한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통화에서 “사퇴 전 추 원내대표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며 “누군가는 현재의 정치 상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서로 간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추 원내대표의 사퇴 배경으로 지난 12ㆍ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쪼그라든 그의 정치적 입지가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로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했다가, 이후 여의도 당사로 집결 장소를 바꾸는 등 수차례 집결지를 변경해 혼선을 빚었다.
또 당시 윤 대통령과 전화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나며 친한계에선 “윤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주문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최근 의총에선 이와 관련한 친한계와 당 중진과의 설전도 벌어졌다고 한다.
당에선 원내지도부 공백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매주 발의할 계획이다. 또 김건희 여사 특검과 국무위원 등에 대한 탄핵 및 국정조사, 청문회 개최 등 가용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할 태세다. 예산안 협상과 헌법재판관 및 대법관 추천 등 여야가 협의해야 할 주요 현안도 줄줄이 남았다.
이에 당 일각에선 한 대표가 직접 추 원내대표의 복귀를 요청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립성향의 의원은 “당장 다음 윤 대통령 탄핵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때까지 원내지도부를 새로 꾸릴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원내지도부 공백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총 재신임에 따라 추 원내대표가 직을 유지하게 된 만큼, 원내대표 선출 공고 권한을 지닌 한 대표가 추 원내대표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친한계는 추 원내대표의 복귀를 고려하지 않고, 새 원내지도부 선출 절차 및 시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원내지도부 공백 사태 및 정치 현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9일 오전 모임을 갖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