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의 해빙 면적이 평균 100만㎢ 미만으로 줄어드는 ‘얼음 없는 날’이 3년 뒤 처음 도래할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최근 화제다. 얼음 없는 날은 지구온난화가 진행돼도 녹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캐나다 북쪽 아키펠라고 부근 얼음을 제외한 북극해 해빙이 모두 녹은 상태를 의미한다. 100만㎢는 올해 9월 북극해 해빙 면적 최소치의 4분의 1보다 작다.
이는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 알렉산드라 얀 교수와 스웨덴 예테보리대 셀린 호이제 교수팀이 지난 3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한 연구 결과다. 기존에는 빨라도 2030년 이후일 것으로 예측됐는데, 이보다 3년 더 빨라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는 얘기다.
“3년 뒤는 극단적…2030년대는 가능할 듯”
극지 전문가인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3년 뒤 얼음 없는 날이 올 확률은 굉장히 낮다. 해당 연구에서도 전체 시뮬레이션의 3% 수준인 극단적인 시뮬레이션 결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극지의 기후변화가 워낙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2030년대에는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의 말대로 알렉산드라 얀-셀린 호이제 연구팀이 300회 이상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대부분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상관 없이 9~20년 이내에 얼음 없는 날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극단적인 기상 현상을 가정한 9개의 시뮬레이션에서는 얼음 없는 날이 3~6년 내에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중요한 건 얼음 없는 날의 예상 시점이 점점 앞당겨진다는 경향성이다. 반기성 대표는 “북극은 중위도 지역 기상에 큰 영향을 주는데다 기후학적으로도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에 매해 얼음 없는 날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오는데, 최근 들어 예상 시점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연구 결과는 전지구 해수온도가 관측 사상 가장 높았던 지난해 기상 데이터를 반영했기 때문에 기존의 예측보다 얼음 없는 날 도래 시기가 빨라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도 ‘북극 한파’ 심화…장기적으론 더 따뜻
북극해 얼음은 매년 북극해를 덮을 만큼 커졌다가, 일부가 녹아서 작아지기를 반복한다. 연중 해빙 면적이 가장 작을 때는 여름철이 끝난 9월이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 9월에 얼음 없는 날이 도래하기 시작해 점차 8월, 10월로 얼음 없는 기간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연간 최소치 면적은 40년 전보다 40% 가량 줄어든 상태다. 미국 국립빙하센터(USNIC)는 올해 9월 북극해 해빙 면적이 428만㎢까지 줄어들며 1978년 11월 이후 7번째로 작았다고 발표했다. 1980년대 북극해 해빙 면적의 연간 최소치는 700만㎢ 수준이었다.
북극의 얼음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위도는 빙하가 줄어들수록 극단적 기상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백민 교수는 “북극 해빙이 점점 녹는 경우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는데, 초반에는 겨울철 북극한파가 내려올 때는 더 추워진다”고 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얼음이 너무 많이 녹으면 북극 공기 자체가 따뜻해져서 북극 공기가 내려와도 춥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북극이 상대적으로 따뜻할 때는 극소용돌이가 붕괴하면서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제트기류가 사행(뱀처럼 구불구불해지며 중위도로 내려오는 현상)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제트기류가 중위도까지 내려오면 북극 한파도 내려올 길이 열린다. 최근 한반도가 겨울철마다 북극 한파를 겪은 이유다. 북극 얼음이 줄어들수록 이런 현상이 심화하다가,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으면 북극 자체가 따뜻해져, 중위도의 겨울도 따뜻해질 것으로 본다는 설명이다.
반기성 대표는 “우리나라 기상에 큰 영향을 주는 북극해 얼음은 바렌츠-카라해 부근 해빙인데 이곳은 이미 대부분 녹았기 때문에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듯하다”면서도 “제트기류가 심하게 사행하는 게 지속되는 문제인데, 이 경우 제트기류에서 떨어져 나온 절리저기압과 절리고기압이 자주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며 폭염·폭우·폭설 등 극한 기상도 잦아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