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막음 아냐?"…軍, 계엄 직후 '민간 심리상담' 돌연 종료

지난 5일 국회사무처가 지난 3일 밤 계엄령 선포 후 국회의사당에 진입한 계엄군의 작전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계엄군이 국회 직원들의 저지를 뚫고 국회의사당 2층 복도로 진입하는 모습. 국회사무처 제공. 연합뉴스

지난 5일 국회사무처가 지난 3일 밤 계엄령 선포 후 국회의사당에 진입한 계엄군의 작전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계엄군이 국회 직원들의 저지를 뚫고 국회의사당 2층 복도로 진입하는 모습. 국회사무처 제공. 연합뉴스

국방부가 군 간부들을 대상으로 올해 연말까지 진행하기로 한 '민간 심리상담 지원 프로그램(EAP)'을 12·3 계엄 사태 직후 조기에 종료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등에 투입된 계엄군이 정신적 고통으로 민간에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진술이 외부에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소식통은 8일 중앙일보에 "민간 심리 상담센터는 당초 이달 1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2024년 EAP 연계 상담을 연말까지 할 수 있다고 안내했는데, 계엄 사태가 불거진 직후인 지난 6일 오후 국방부 내부 사정으로 인해 해당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통지 문자 메시지를 내담자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방부 공지는 EAP 지원을 받는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당일 이후 즉시 종료한다는 내용이었다"며 "기존 사업 기간인 이달 15일 전에 상담을 예약한 경우에도 '상담을 원하면 개인이 비용을 납부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석연치 않은 EAP 조기 종료 배경을 두고 계엄 작전에 투입된 장병들이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관련 내용이 외부로 유출될 것을 걱정했기 때문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소식통은 "계엄작전에 투입된 인원들의 경우 분명히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라며 "이들이 계엄작전 관련 내용을 얘기할 것을 우려해 급히 종료한 것 같다"고 말했다.

EAP는 국방부가 2020년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군 간부와 군무원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했다. 군이 아닌 민간에서 상담을 진행하며, '완전한 익명성'을 보장하는 게 특징이다. 당초 국방부가 익명성 보장을 강조한 건 장기복무 선발이나 진급 과정에서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심리 상담에 소극적인 군 간부와 군무원이 부담 없이 심리 상담을 받게 하겠다는 취지였다. EAP를 활용하는 경우 전화로 상담을 요청할 수 있는데, 해당 과정에서 소속부대와 같이 개인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요구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올해 EAP 사업이 종료된 건 계엄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방부 관계자는 "2024년 EAP의 경우 당초 계약한 상담횟수 6000회기가 종료돼 해당 업체가 조기 중단을 통보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군 간부 및 군무원의 상담여건을 보장할 필요성이 우선이라는 판단 하에 지난 7일부로 재개하였으며, 현재 상담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계엄 장병 지원과 관련해선 "부대 자체적으로 상담 소요 등을 파악했으나, 현재까지는 특이사항은 없다. 유사시를 대비해 병영생활전문상담관 등이 대기 중"이라며 "해당 부대에 EAP에 대해서도 홍보했다"고 말했다. 

다만 국방부가 재개시점으로 밝힌 7일은 주말이라 휴일인 8일까지는 원래 상담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입막음' 우려가 제기되자 부랴부랴 프로그램을 재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작 내담자들이 7일부터 상담을 재개한다는 공지를 받지 못했다는 점도 이런 지적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또 병영생활전문상담관 등에 상담할 경우 익명성은 완전히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