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불법적 계엄선포에도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윤 대통령이 검찰 수사로 출국금지된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카운터파트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한국의 정치 절차는 한국의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궐위’ 상태가 아닌 데다 직(職)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윤 대통령이 현재로썬 대한민국 헌법상 대통령이라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가 지난 8일 저녁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만나 당일 오전 발표된 이른바 ‘한덕수(국무총리)ㆍ한동훈(국민의힘 대표) 공동 국정운영 체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런 체제가) 한국 헌법에 부합한 조치인가”라고 물었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관련해 사전에 공유된 정보가 없었던 미국 측은 “(윤 대통령의) 심각한 오판”이라며 비판한 바 있는데, 이후 여권에서 제시한 ‘한ㆍ한 체제’에 대해서도 위헌 소지가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이날 국무부는 검찰의 윤 대통령 출국금지 조치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 질의에 “국무부 대변인 브리핑을 참조하라”고 했는데, 밀러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헌법’과 ‘법치’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보고 싶고 지난 며칠간 기쁘게 생각한 것은 불확실성의 시기에 대한민국이 보인 민주주의 회복력”이라며 “앞으로도 정치적 견해차가 법치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군이 동원되는 방식의 비상계엄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반영된 말로 풀이된다. 밀러 대변인은 이어 “사법 절차와 정치 과정은 일관되게 법치의 원칙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현지 교민 사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미시간대 앤아버 캠퍼스에서 이 학교의 한국인 대학원생들과 연구자, 교민들이 계엄 규탄 집회를 열고 시국선언문 낭독을 했다. 9일까지 900여 명이 동참한 시국선언문에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규탄하고 윤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지난 6일에는 하와이 주립대 소속 학생과 교민들이 현지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계엄 규탄 시위를 했다. 오는 12일에는 예일대와 코네티컷대의 합동 집회가 예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