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손에 달렸다”…일본제철, US스틸 인수 판단 ‘연장설’도

일본을 대표하는 철강 회사인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미국 규제당국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심의가 끝나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단계로 넘어가면서다. 국가 안전보장상의 이유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반대 입장을 밝혀왔던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제철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제철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CFIUS가 권고안 없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판단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정부 각료급으로 구성되는 이 위원회는 심사를 한 뒤, 국가안보에 해당된다는 판단이 내려진 경우, 인수를 중단시키거나 조건부 인수, 대통령에게 판단을 맡기는 세 가지 결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CFIUS가 권고안 없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결정을 내리도록 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통상 절차대로라면 15일 이내에 판단이 나올 전망이다. 일정상으로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기한은 내년 1월 7일까지에 해당한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1월 20일) 전에 결론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닛케이는 이번 위원회 삼사 과정에서 내부에서 인수를 용인하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에 대한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거나, 미·일 동맹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인수를 막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미국 제조업의 상징으로 불려온 US스틸 전경. AP=연합뉴스

미국 제조업의 상징으로 불려온 US스틸 전경. AP=연합뉴스

일본제철은 물론, 총력을 기울여온 일본 정부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제철이 제안한 인수금액은 149억 달러(약 21조원) 규모. 123년 역사를 갖고 있는 IS스틸은 미국 제조업의 상징적인 존재였지만, 한국과 중국 등에 밀리며 경영 상황이 악화했다. 세계 철강 시장에서 세계 4위인 일본제철은 US스틸(세계 24위)을 인수해 세계 3위 규모로 몸집을 불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철강 노조의 반대 등으로 미국 대선과 겹치면서 인수는 정치 쟁점이 됐다. 이번 인수가 무산될 경우 일본제철은 약 750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처지다.

일본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건이 ‘외교 쟁점화’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직접 지난 11월 바이든 대통령에 인수 허가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고 일본 재계 단체들도 나서 성명서를 내는 등 총력전을 펼친 바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인수 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판단을 내놓지 않고 차기 정부에 넘길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전하면서 일본 정부 내에 비관적 전망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판단을 내리지 않고 트럼프 정권으로 인수 안을 넘길 경우 외교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반대를 공언한 데다, 일본제철이 인수 불허 시엔 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마이 다다시(今井正) 일본제철 사장은 이날 회견을 갖고 US스틸 인수가 미국의 안보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국가 안보상 염려에 대해 여러 가지 대응책을 약속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수에 따른 가치를 바이든 대통령이 이해한다면 승인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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