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12일 오후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경비대 등 경찰을 동원해 출입을 통제하고 국회의원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을 막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수본은 지난 10일 오후 조 경찰청장과 김 경찰청장을 각각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와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로 소환해 이런 혐의점을 조사하던 중 11일 오전 1시쯤 이들을 긴급체포했다.
국수본은 조 경찰청장과 김 서울청장이 앞서 국회에서 “계엄 선포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발언한 게 거짓이라고 봤다. 두 청장이 계엄 선포 3시간 전인 지난 3일 오후 7시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만나 계엄 준비를 지시받은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당시 회동에서 윤 대통령은 조 경찰청장과 김 서울청장에게 A4 용지 한장짜리 문서를 준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부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문서엔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당사 등 계엄군이 장악할 기관과 국회의원 등의 이름이 적힌 체포 명단이 담겼다고 한다.
국수본이 이들이 공개석상에서 한 계엄 당시 상황에 대한 발언이 거짓이란 점에 비춰 증거인멸 가능성 등이 있기 때문에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13일 오전 만료되는 체포 기한(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보다 앞서 신병확보에 나섰다.
국수본은 조 경찰청장‧김 서울청장을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로 분류했다. 형법 87조 내란죄는 ▶우두머리 ▶모의에 참여하거나 중요임무에 종사한 자 ▶단순 관여자로 나눠 처벌한다. 중요 임무 종사자는 법정형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禁錮)형이다. 우두머리의 경우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형에 처한다.
검찰이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3일 열릴 전망이다. 다만 김 서울청장은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주변에 전했다고 한다.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 법원은 수사기관이 제출한 증거 자료 등 서면 심사를 진행해 구속 여부를 판단한다.
조 경찰청장은 애초 이날 오전 조사가 예정됐지만 앓던 지병으로 인한 건강 악화로 경찰병원 진료를 받았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선 조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재석 295명에 찬성 202명(반대 88명, 기권 1명, 무효 4명)으로 가결됐다.
한편 이날 국수본은 국방부 조사본부와 함께 김용현 전 장관이 사용한 ‘보안 휴대전화(비화폰 또는 안보폰)’와 통신기록 등이 담긴 서버를 확인하기 위해서 국방부와 수도방위사령부를 압수수색했다. 국방부엔 김 전 장관의 비화폰 단말기가, 수방사엔 서버가 있다고 한다. 경찰은 비화폰 실물 등을 확보했으며 분석할 계획이다.
앞서 국수본은 지난 8일 김 전 장관의 공관‧집무실‧자택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및 개인용 컴퓨터(PC) 등 18점을 확보했지만, 계엄 사태 당시 김 전 장관이 사용한 비화폰은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국수본은 지난 10일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신청한 뒤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고, 이날 국방부 조사본부와 함께 집행하고 있다. 전날 출범한 경찰과 군(軍) 경찰격인 국방부 조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함께 하는 ‘공조수사본부’의 첫 강제수사다.
또한 전날에 이어 합동참모본부를 통해 지난 3일 가동된 계엄사령부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하고 있다. 계엄사령부 상황실이 설치된 장소의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이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소송법상 군사상 비밀 및 공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합참 측의 협조를 받고 있다. 합참 측은 “계엄사령부 관련 자료를 오후 5시쯤 특수단을 방문해서 임의제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