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업 4법 통과 뒤 “남은 쌀을 강제매수하는 농망 4법”이라 비판했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회 예산안 자동 부의 폐지가 담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예산 심사 지연 우려가 있다”며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 13일 위 6개 법안에 대해 정부에 공개적으로 거부권을 요청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법안 거부권은 노무현 정부에서 고건 권한대행이 행사했던 전례가 있다. 다만 실제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야당의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기자회견에서 한 대행과 전날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거부권 행사는 정치적 편향일 수가 있다는 말씀도 드렸다. 직무대행은 현상 유지와 관리가 주 업무로 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권한대행의 업무 범위를 좁게 해석했다. 하지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야당에서 한 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을 요구하면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것은 다소 모순적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한 대행은 최근 참모들에게 “야당과 협의해 이견은 좁혀가되, 헌법과 법률, 국익을 근거로 하는 국정 철학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한 대행은 총리 시절 세 차례에 걸쳐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그때마다 야당의 일방적 특검 추천권이 담긴 법안 내용이 삼권분립을 위배하는 위헌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정부 이송을 앞둔 내란죄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모두 특검을 야당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거부 시 자동으로 연장자가 임명되는 독소조항이 담겨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법안에 위헌적 요소가 있어 한 대행의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 전 한 대행이 국회 긴급질의에서 비상계엄의 절차적 하자 등 위법성을 강조했던 만큼, 한 대행이 김 여사 특검법은 거부하고 내란 특검에 한해 법안을 수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 법안 모두 이미 여당의 이탈표가 5~6표씩 나온 상황이라 거부권 행사 뒤에도 재의결로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한 대행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으로부터 대통령실의 권한대행 보좌 방안도 보고받았다. 한 대행은 면담 뒤 “이제부터 모든 조직은 권한대행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변해 대통령 비서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제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 뒤 권한대행으로서 첫 외부일정으로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한 대행은 “정부가 하는 모든 판단과 실행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것이어야 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것이어야 생각한다”며 “정부는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저녁엔 폴 라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과 통화하고 “비상상황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 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형태의 군사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한ㆍ미 간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마지막 공개일정으로 집무실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접견했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 중심으로 내각이 흔들림없이 국정을 관리해달라”며 고위 당정 협의 재개를 요청했고, 한 총리도 적극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