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중국중앙TV(CCTV)는 시 주석이 지난 9일 열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의 국경 문제에 대한 집단학습에서 "국가 공용어와 문자의 보급, 국가 공용 교과서 채택을 전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발언을 보도했다.
시진핑은 "중화민족 공동체 구축을 (소수민족이 주로 거주하는) 변방 지역의 주 업무가 되게 해야 한다"며 "민족 단결과 발전을 지속적으로 심화시켜 각 민족이 석류 씨앗처럼 꽉 서로를 붙들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족 이외에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은 2012년 시 주석 집권 이후 소수민족에 대한 홀대로 한족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현재 한족 비율은 92%를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부터 소수민족 거주 지역에서 수업을 중국 표준어인 푸퉁화(만다린)로 통일하고 교과서 일원화를 추진해왔다. 티베트인이 사는 시짱자치구와 이슬람권인 신장위구르자치구, 네이멍구 등 주요 변방 비한족 자치구에서 '중국화'는 급속도로 진행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의 소수민족 인권 문제를 더 부각시킬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언어를 포함한 소수민족의 정체성을 지우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짱자치구 당 서기를 지낸 인물이 공산당 당적에서 제명되는 등 소수민족 자치구 출신 관리에 대한 사정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푸퉁화는 한국에서 '베이징어(북경어)'라고 알고있는 사람이 많다. 엄밀히 말하면 북경어는 베이징 일대의 한족 서민들이 쓰는 사투리일 뿐 표준어가 아니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 사투리 같은 셈이다. 대표적인 북경어 특징이 말 끝마다 兒/儿소리를 붙이는 얼화 현상이다, 표준중국어는 CCTV 아나운서들의 발음이라고 보면 되는데 실제 채집지가 베이징 북쪽 근교인 청더(承德)시 롼핑현(滦平縣)이라거나, 하얼빈(哈爾濱) 방언이 가장 가깝다는 설들이 있다.
이 푸퉁화, 표준중국어는 어떻게 탄생했나. 모태는 중국 북부의 방언인 관화(官話)다. 관화는 북송 시기에 북방 중고한어로부터 탄생했다. 그러다 황제와 황족들이 금나라에 포로로 잡혀간 정강의 변 이후 북송이 황하 유역을 상실하고 난징(남경)으로 근거지를 옮겨 남송이 되었고, 이후 남경을 중심으로 관화가 사용되었다. 이를 강회관화(江淮官話)라고 한다.
강회관화는 명나라 시대부터 청나라 시대 초기까지 행정 표준어의 역할을 하다가 점점 북경관화(베이징 관화)의 지위가 높아졌다. 19세기 태평천국의 난 등으로 남경 지역이 몰락하면서 북경관화가 완전히 표준어 역할을 하게 되었다. 20세기 초반 난징에 있었던 국민정부의 언어 위원회는 당시 널리 쓰이던 북경관화를 토대로 중화민국 국어를 만들었다. 1949년 국공내전이 종결된 후 중화인민공화국은 중화민국 국어를 일부 수정한 규범을 공포했는데 이를 푸퉁화라고 불렀다. 공산당 정권은 민족 국가의 이념이 짙은 '국어'보다 인민의 평등을 강조하고 한족의 언어라는 의미를 제거한 '보통화', 즉 일반적인 말이라는 뜻을 선호한 것이다. 1956년 국무원이 공식화한 푸퉁화의 정의는 "베이징 음성을 표준음으로 하고, 북방어를 기초 방언으로 하며, 모범적인 현대 백화문(구어체 중국어를 뜻한다) 문학저서를 문법 규범으로 삼는 언어"다.
후난(湖南) 출신인 마오쩌둥과 쓰촨(四川) 출신인 덩샤오핑은 베이징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심한 방언을 썼다. 지금도 홍콩 등 남방에서 쓰는 광둥어는 외국어 수준이고 대부분 TV 프로그램은 멘트에 자막을 달아줄 정도로 지역 간 언어 차이가 컸다. 요즘도 지역 방언을 유창하게 할 수 있으면 타지인이 아닌 내지인으로 대우받아 그 지역에서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2014년 중국의 교육부는 중국 국민의 30%가 푸퉁화를 잘 쓰지 않고, 매우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은 10% 정도라고 밝혔다.
하지만 표준중국어가 적극적으로 보급되고 타 지역으로의 이동이 빈번해지며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방언은 거의 하지 못하고 표준중국어만 사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방언 문화는 소멸되는 추세다. 현재 중국 내 표준중국어가 통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고, 교육을 받지 못한 노년층을 제외하면 모두 표준중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한다.
이는 국가 통일성을 위해 통일된 표준어를 쓰는 것이 바람직함을 중국 정부가 강조해온 성과로 볼 수 있다. 일례로 국가 차원에서 보통화 주간을 지정했고, 2020년까지 보통화를 매우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을 80%까지 늘리고자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런 정책은 지방정부에서도 강력히 추진돼 지역민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광둥어가 잘 쓰이는 광둥성 등에서 광둥어 방송 송출 시간을 제한하려 했다가 지역 주민들이 광둥어 탄압이라며 시위를 벌이는 일이 있었다.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언어의 통일성을 추구하는 것이 국가적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국 대륙은 분열과 통합을 반복해 왔고 언어를 포함한 문화적 이질성이 분열의 촉매가 된 것도 사실이다. 반면 다양한 방언을 보존하는 작업이 문화적 풍부함을 유지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되지 않겠나. 조선족 자치주 사람들이 한국어를 할 줄 모르게 된다면 우리 입장에서도 씁쓸할 것이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