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사퇴하면서 ‘국민의힘 당대표 잔혹사’가 정치권 화제다. 초대 대표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비롯해 2대 김기현, 3대 한동훈 대표마저 2년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 2년 7개월간 비상대책위원회만 5차례 출범하며 리더십 공백이 반복됐다는 오명을 얻게 됐다.
2020년 9월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꾼 뒤 선출된 당 대표는 모두 쫓겨나다시피 했다. 2021년 6월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취임해 대선 승리를 이끈 이준석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 두 달 뒤인 2022년 7월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6개월간의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과거 성 접대를 받았다는 한 유튜브 방송의 의혹 제기가 빌미였다. 당시 국민의힘은 당 대표 직무대행도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당헌을 고쳐가며 ‘주호영 비대위’ 체제를 띄었다.
그러나 그해 8월 이 전 대표가 비대위 출범에 문제가 있다며 서울남부지법에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되면서 ‘주호영 비대위’는 17일 만에 와해됐다. 이후 한시적으로 권성동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다가 그해 9월 ‘정진석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지난해 3·8 전당대회에선 당·정 일체를 강조한 김기현 의원이 친윤계 의원들의 압도적 지지 속에 당 대표로 선출됐다. 그러나 그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등을 책임지고 취임 9개월 만에 대표직을 내려놨다. 2주 만에 당시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했다. 그러나 올해 4·10 총선 참패로 ‘한동훈 비대위’ 역시 오래 가지 못했고, 당은 ‘황우여 비대위’로 전환됐다.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한 전 비대위원장은 7·23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고 당대표로 정계에 복귀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과 탄핵 후폭풍 등 지도부 와해로 5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처럼 잦은 지도부 교체는 더불어민주당이 2022년 8월 이후 ‘이재명 대표 1인 체제’를 유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 정부에서만 당대표 3명(이준석·김기현·한동훈), 비대위원장 4명(주호영·정진석·한동훈·황우여), 대표 권한대행·직무대행(권성동·윤재옥) 2명이었다. 당 관계자는 “돌이켜보면 윤 대통령은 당정 관계를 파트너가 아닌 수직·상하 관계로 바라봤다”며 “비정상적인 당정 관계가 계엄사태, 탄핵소추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 사퇴로 국민의힘에서는 초대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포함해 6번째 비대위 체제 출범이 임박했다. 비대위원장은 전국위 의결을 거쳐 권성동 원내대표가 임명하게 된다. 16일 오전 한 대표가 물러난 후, 서범수 사무총장도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혼란한 정국에서 또다시 탄핵의 심판대에 오르는 사태가 벌어졌다”며 사의를 표했다. 한 대표가 지명한 김상훈 정책위의장 거취도 불분명하다. 김 의장은 지난 7일 한 차례 사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