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유로뉴스 등은 오후 1시부터 3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11시30분)까지 의회에서 숄츠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가 실시된다고 전했다. 재적 의원의 과반의 신임 표를 얻지 못하면 총리에 대한 불신임이 확정된다.
숄츠 총리가 의회 요청하면 독일은 조기 총선 국면에 들어간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21일 안에 의회를 해산하고, 60일 안에 조기 총선을 실시하게 된다. 독일 언론들은 크리스마스 연휴 직후인 27일 연방하원을 해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의회 해산이 선언되더라도 차기 정부 구성 전까진 현 의회와 내각이 업무를 계속하지만, 중요한 의사 결정은 내리지 않는 게 관례다.
독일 총리의 신임 투표는 헌법에 따라 총리 자신만 발의할 수 있다. 독일 역사상 신임 투표는 지금까지 총 5차례 치러졌고, 이중 3번이 불신임으로 결론 나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으로 이어졌다.
숄츠 총리는 지난 2021년 9월 총선에서 승리해 신호등 연정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지난달 경제 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던 친기업 우파 성향의 자유민주당의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을 해임하고 자신에 대한 신임 투표를 발의했다. 이미 자유민주당은 연정을 탈퇴했고 녹색당은 투표 기권을 선언한 상태라 숄츠 총리가 재적 과반의 신임을 얻기는 불가능하다.
숄츠 총리가 소속된 사회민주당과 제1 야당인 기민당·기독사회당 연합은 조기 총선을 내년 2월 23일 치르기로 이미 합의한 상태다. 당초 예정됐던 9월 총선이 7개월 가량 앞당겨지는 것이다. 이미 독일 정당들은 신임 투표 전부터 숄츠 총리의 불신임과 조기 총선이 확실하다고 보고 지역별 비례대표 명부를 작성하는 등 선거 준비에 들어갔다.
숄츠 총리는 연임 도전을 공식화하고, 식료품 부가가치세 인하 등 서민 지원 공약을 내놓으며 선거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역대 가장 인기 없는 총리’로 불리는 숄츠를 내세운 사민당은 기민·기사당 연합(32.0%), 극우 독일을위한대안(AfD·18.2%)에 이어 지지율 3위에 그치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기민·기사당 연합이 차기 정부 구성을 주도하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가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조기 총선이 치러질 2월 23일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내년 1월) 등 중대한 변수가 남아 있다”면서 “기민당의 총리직 복귀 역시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