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원에 법관 기피 신청을 했다. 해당 재판부가 공범으로 지목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1심에서 유죄를 선고했다는 이유에서다. 변호인 측은 17일 예정된 공판준비기일에 나와 “이 대표에 대해 유죄 심정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할 예정이다.
이 대표 측은 지난 13일 수원지법에 형사11부(부장 신진우)에 대해 법관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6월 형사11부는 쌍방울 대북송금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에게 외국환 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징역 9년 6월을 선고했다. 이후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는 대북송금 사건에 대해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된 별도 재판을 함께 받고 있다.
李 “이화영 1심 유죄 재판부…사실관계 거의 같아”
재판부는 17일 오전 이 대표에 대한 4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첫 공판 일정을 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기피 신청으로 공판 절차가 중단됐다. 이 대표 측은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해 구체적인 기피 사유 등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측은 지난 9월 30일에도 “무죄 추정의 원칙을 따라야 할 재판부가 유죄를 예단할 수 있다”며 재판부 재배당 요청 의견서를 법원에 냈다. 당시 변호인은 “현 재판부가 선고한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 거래법 위반 사건과 이 사건의 사실관계가 상당 부분 일치한다”며 “재판부가 공정한 재판 의지를 가지고 있어도 구조적으로 피고인에 대한 유죄 심증을 배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10월 8일 열린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명확한 실무상·법률 문헌상 근거가 없다”며 재배당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지난달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항소심은 서울고법 형사3부(이창형 남기정 유제민 부장판사)에 16일 배당됐다. 형사3부는 앞서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윤관석 전 의원에게 1심과 같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다.
與 “재판 지연 전략…소송지휘권 적극 행사” 탄원
법관 기피 신청 사건은 재판을 지연시킬 목적이라는 점이 명백할 경우 재판부가 간이 기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른 재판부가 신청 사건을 배당받아 결정한다. 이럴 경우 1심부터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 대략 2∼3개월이 소요된다. 수원지법 형사11부 재판장과 배석 판사 모두 내년 2월 법원 정기 인사 때 부서 이동 또는 법원 전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기피 신청이 의미 없다는 의견도 법조계에선 나온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재판 지연 목적으로 법관 기피 신청을 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편 수원지법 형사11부는 최근 경기도 업체 등으로부터 수억 원대 뇌물과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된 이 전 부지사 측의 국민 참여 재판 신청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