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경기 하방압력이 큰 상황에선 가급적 여·야·정이 빠르게 합의해 새로운 예산안을 발표하는 게 경제 심리에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저성장 우려를 타개하기 위한 처방으로 확대 재정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다만 “코로나 팬데믹 때처럼 무조건 재정을 푸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며 “일시적으로 특정 항목을 타깃 해서 지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부동산을 부양해 경기를 일으키는 과거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속하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낮은 원화값과 관련해 현재로써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봤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30원가량 떨어진(환율은 상승) 달러 대비 원화 가치에 대해 “저희가 아주 많은 양을 개입하지 않고도 어느 정도 변동성이 줄어든 상태”라면서다.
이 총재는 “환율이 1430원으로 유지될 경우 물가상승률이 0.05%포인트 정도 오를 것”이라며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1.9%로 전망했기 때문에 1.95% 정도로 될 거라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물가상승률이 2% 밑에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환율 변화가 (물가보다는) 금융 안정이나 심리에 주는 영향을 더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에 대해선 “특정 환율 수준을 타깃으로 하지 않고도 변동성이 커질 때는 단호하게 완화할 마음이 있다”며 “앞으로도 변동성이 커지면 계속 미세 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외환보유액이 4100억 달러 밑으로 내려가는 정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환율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언급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정치 프로세스가 안정되면 경제도 정상화되지 않을까 한다”며 “예상치 못한 불필요한 충격에 경제 심리가 너무 떨어져 있어 빨리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경제성장률이 2.1%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크다”고도 했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올해 연간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 2.2%보다 0.1%포인트 낮아질 것이라는 의미다. 이 총재는 “올해 4분기 성장률을 애초 0.5%로 예상했는데, 0.4%나 그보다 조금 더 낮아질 것”이라며 “수출은 예상대로 유지되는 것 같지만 소비 지표인 카드 사용액은 생각보다 하락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성장률에 대해서도 “애초 1.9%로 예상했는데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이 -0.06%포인트가량 긴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