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는 18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연구결과 발표회를 열고 반도체 위기 극복을 위한 4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특위 공동 위원장인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한국 반도체가 위기 징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도태되고, 산업 전반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특위는 제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과감한 투자, 목적 지향적 연구개발(R&D) 지원,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파운드리 팹 구축, 인재 유입 방안 등을 상세히 밝혔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 특성상 적기에 투자해야 선두를 차지하고 투자 선순환 구조에 들어갈 수 있다”라며 “2047년까지 반도체 투자 및 시설 운영에 필요한 재원 1000조원 중 직접보조금·세액공제 등으로 300조원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판매 인센티브 지급과 주 52시간 제도 완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공동위원장인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중국의 경우 다각도의 자금지원이 있기 때문에 우리도 지원을 다양화 하면 어떻냐는 의견이 나왔다”라며 “통상적으로 대기업에 설비 투자를 지원하고 주변 기업에 낙수효과를 기대하는데, 반대로 소부장 업체를 지원하고 그걸로 가격경쟁력과 R&D자금을 확보하는 분수효과도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국내 팹리스를 위한 파운드리 팹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20조원을 지원해 국내 팹리스부터 소·부·장, 패키징 업체까지 R&D와 사업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공공 R&D 팹인 KSMC를 구축해야 한다”라며 “여기에 20조원을 투자하면 20년 뒤 300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의 TSMC가 정부 투자를 통해 창업을 한 것처럼 한국도 비슷한 형태의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위는 R&D분야에서는 사업화와 연계가 되는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고, 반도체 산업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사학연금과 같은 반도체 특별연금을 만들고, 외국인 대상 대학 학과 설치, 고교 반도체 동아리를 활성화하자고도 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문가들이 모여 전략 연구가 필요하다는 공학한림원 내부의 문제의식에 따라 지난 2월 특위를 구성해 10개월간 활동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기남 공학한림원 회장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기남 회장은 “현재 엄중한 정치적 상황이지만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를 지켜내는 일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지금이 한국 반도체 산업이 도약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김태년 의원은 “현재 국회 사정 때문에 칩스 3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탄핵 상황이) 어느 정도 일단락됐기 때문에 본격적인 법안 심의에 들어갈 것”이라며 “국회도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