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하교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요즘 유튜브로 뉴스를 보는 아이가 잘못된 정보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게 가장 걱정이다. 그는 “아이가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가짜뉴스를 그대로 믿고 ‘엄마는 아무것도 몰라’라는 식으로 이야기할 때마다 깜짝 놀란다”며 “정치적 생각을 갖는 것도 좋지만, 편향적 사고가 생길까 봐 걱정인데 하나하나 다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 절반 “온라인에서 읽은 것 믿는다”
비상계엄·탄핵 이후 청소년들의 뉴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한국 학생들이 다른 나라보다 온라인 정보를 더 신뢰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최근 공개한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 설문 조사에서 ‘온라인에서 읽은 것을 믿는다’고 응답한 한국 학생은 50.9%로 OECD 평균(39.8%)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PISA는 국가별로 만 15세 이상 학생들의 교육 수준을 평가하고자 OECD가 3년마다 실시하는 국제 비교 연구다. 주로 읽기·수학·과학 영역을 평가해 발표하는데, 이와 별개로 2022년 평가에선 디지털 자원을 활용하는 학생들의 능력과 관련한 설문 조사를 했다. OECD 국가 29개국 29만여 명의 학생이 참여했고, 우리나라에선 중3 이상 6454명의 학생이 설문에 응했다. KERIS 연구진은 김혜숙 대구대 교수 등과 함께 설문 데이터를 비교·분석해 이슈리포트를 발간했다.
온라인 정보의 출처를 비교하거나 신뢰성을 평가하는 활동을 얼마나 하는지를 측정한 결과에서도 한국 학생들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했다. ‘온라인 정보를 검색할 때 나는 다른 출처들과 비교한다’는 질문에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고 답한 학생들은 64%로 OECD 국가 학생들 평균(71.9%)보다 약 8%포인트 낮았다. 1위는 덴마크, 2위는 스웨덴, 3위는 미국이었다.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일본뿐이었다.
온라인 정보의 정확성에 대해 가족·친구·학교에서 토론하는 빈도도 OECD 평균보다 낮았다. OECD 국가 학생들은 60%가 온라인 정보의 정확성에 대해 친구 또는 부모님과 토론한다고 답했는데, 한국 학생들은 40% 정도만 ‘그렇다’고 했다.
보고서를 집필한 서정희 KERIS 연구위원은 “학생들의 디지털 활용도나 능력은 많이 올라왔지만, 비판적 사고력이나 온라인 정보를 제대로 수용하거나 검증하는 능력은 아직 OECD 국가 평균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불쾌감 지수는 1위…“디지털 정서 교육 같이해야”
부적절한 온라인 콘텐트에 노출되는 빈도도 더 잦았다. OECD 국가 학생들의 절반 이상(50.8%)이 ‘나에 대한 정보가 동의 없이 온라인에 공개된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지만, 한국 학생들은 34.5%에 불과했다. ‘불쾌하거나 저속한 문자, 동영상을 받은 경험’도 한국 학생들은 25.5%만이 ‘경험이 없다’고 답해 OECD 평균(35.4%)보다 10%포인트 낮았다.
불쾌감 및 스트레스를 느끼는 정도도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높았다. 부적절한 온라인 콘텐트를 접했을 때 화가 난 정도 등을 묻는 말에 한국 학생들은 OECD 국가 학생 중 가장 많이 화가 난다고 응답했다. 서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과한 분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데, 이는 건전한 온라인 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며 “학생들의 감정 조절 능력과 함께 온라인 환경에서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