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정부에 따르면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 외무성·경제산업성과 7광구 공동개발을 위한 ‘7차 한·일 공동위원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1974년 공동개발 협정을 맺은 후 장기간 지지부진하던 프로젝트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 놓으려고 하는 것이다. 지난 9월27일에는 39년가량 만에 6차 공동위원회를 개최하며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3일부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해제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이 펼쳐지면서 7광구 프로젝트에 대한 동력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이번 정부에서 7차 공동위원회 개최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10월1일 일본에서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가 취임한 이후 지지율을 확보 못해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의 정치 지형도 혼란에 빠져 다음 회의가 열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7광구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한·일 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내년 6월이 지나면 7광구 프로젝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일 협정서에 따르면 한국이나 일본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하자”고 통고할 수 있는 시점이 내년 6월 이후라서다. 이 경우 해당 시점으로부터 3년 뒤 협정이 종료된다. 협정이 끝나면 한국과 일본이 각각 독자 개발을 추진하면서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여기에 가만히 있던 중국이 끼어들 가능성도 제기(정민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된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원 이사장은 “우리 입장에선 공동개발 협정이 연장되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며 “프로젝트의 중요한 분기점을 앞두고 국내에 큰 악재가 터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일영 변호사는 “최대한 빨리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마무리해 윤 대통령이 복귀하거나 조기 대선을 통해 새 대통령이 취임해야 한다”며 “늦어도 내년 6월 전에는 대통령 공백 현상이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7광구 프로젝트에 대한 한·일 협력 틀이 깨지지 않도록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자(오성익 OECD 지역개발정책위원회 분과 부의장)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중국과 패권 경쟁을 하는 미국 입장에선 ‘한·일 양국이 협력해 7광구를 개발하는 게 중국 견제에 유리하고 한·미·일 동맹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어서다. 미국은 2022년 10월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해상 석유·가스 개발 관련 분쟁을 중재해 경계선을 정하도록 한 바 있는데, 7광구 프로젝트에도 미국 힘을 빌려보자는 제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일의 공동 이익을 위해 미국의 관여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며 “미국이 나서면 한·일 협력 체계가 이어질 텐데, 이 경우에도 대통령이 있어야 한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