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책을 구체화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에 뺏긴 영토를 되찾을 힘이 없다고 하면서도 유럽의 단결을 촉구했다.
18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관저에서 유럽연합(EU) 정상들과 만났다. 회동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은 강력하고 단결된 입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공개된 인터뷰에선 “우리는 이 지역(돈바스·크림반도)을 되찾을 힘이 없다. 국제사회의 외교적 압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지도자도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러시아와 협상할 권리는 없다”고 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최근 미국 언론은 트럼프가 돈바스 등을 우크라이나가 포기하는 방식의 종전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중국 의식하는 트럼프 설득 원해”
뤼터 사무총장은 회동 전 “우선 순위는 우크라이나 대공 방어를 개선하고 더 많은 무기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유럽 평화유지군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뤼터는 이번 회의서 나토 대응을 조율할 것”이라며 “유럽은 ‘우크라이나에게 안 좋게 협상하면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게 약하게 보일 것’이라고 트럼프를 설득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지난 7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가 종전을 결단하려면 중국의 압박이 필요한데, 유럽이 중국을 움직이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 중국 규탄 빼 달라 요청”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EU에 중국을 이란·북한과 같은 수준으로 두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부인했다. 블룸버그는 “성명은 이후 변경될 수 있지만 초안은 러시아를 도운 중국 기업을 제재한 EU의 최근 조치와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EU 27개국은 이날 EU가입을 희망해온 알바니아, 세르비아 등 서부발칸 6개국과도 정상회의를 갖고 관계 강화 의지를 밝혔다.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러, 미와 관계 정상화 고려 준비 돼”
다만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이날 “미국이 더 파괴적인 무기를 만들기 위해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제한조약,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탈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일본, 한국이 주요 역할을 맡는 아시아 나토가 형성되고 있다”며 “러시아, 중국, 북한은 동맹의 주요 적으로 선언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