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영장기각한 판사 "정치권에 돈 전달했다면, 죄질 달라"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 전성배 씨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 전성배 씨가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이 ‘건진법사’ 전성배씨에 대해 억대 공천 헌금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기각됐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진술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구속영장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한 부장판사는 “이 사건 기록에 의하더라도 피의자가 2018년 금원을 받은 날짜, 금액, 방법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 점”과 “검사가 의심하는 대로 피의자가 정치권에 해당 금원을 그대로 전달했다면 피의자의 죄질을 달리 볼 여지가 있는 점” 등도 기각 사유로 들었다. 건진법사 전씨가 공천 대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전달책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한 것이다.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 전성배씨가 지난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예비후보에게 “‘친윤’ 현직 국회의원을 통해 공천을 도와주겠다”며 돈을 요구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

검찰 및 당시 사정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씨는 지난 2018년 6월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북 영천시장 당내 경선에 출마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예비후보 A씨와 그의 지인들을 같은해 2~3월쯤 만났다고 한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A씨가 전씨에게 “영천시장에 출마하려고 하는데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한 정황을 포착했다. 그러자 전씨가 친윤계로 분류되는 B의원에게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걸어 “영천시장에 A씨가 출마하려고 하는데 도와줄 수 있겠는가”라고 했고, B의원이 “알아보고 전화를 주겠다”고 답했다고 했다는 증언이 검찰에 확보됐다.


해당 전화가 스피커폰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전씨와 A씨, 그리고 동석한 지인들이 함께 통화 내용을 들었다고 한다. 검찰은 전씨가 B의원과의 친분을 과시하기 위해 일부러 스피커폰을 이용했고, 그 뒤 A씨로부터 1억원대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A씨과 그의 지인 등을 압수수색하고, 통신‧신용카드‧계좌 기록 등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전씨와 A씨 등의 만남이 실제 있었던 것으로 파악해서 이들을 소환조사해 당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했다. 다만 전씨가 받은 돈이 B의원 측에게 넘어갔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B의원은 중앙일보에 “전씨와는 알고 있는 사이이지만 이런 통화를 했다는 기억이 나지 않고, 사실이 아니다”며 “지방자치단체장 공천은 도당에서 하는데다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위해서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이어 “황당무계하고 어이가 없다”며 “전씨가 정치인 이름을 팔아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씨로부터 돈을 받거나 공천에 관여한 일을 해 준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2년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선거대책본부의 네트워크본부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씨(노란색 원)가 관계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지난 2022년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선거대책본부의 네트워크본부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씨(노란색 원)가 관계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금융범죄합동수사단은 지난 17일 전씨를 압수수색하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전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씨의 휴대전화 3대 및 태블릿PC 등도 검찰에 압수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