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떠오르는 아트허브, 태국에 진출한 ‘K 아트페어’
첫 개최지로 태국 방콕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AML 이미림·조윤영 공동대표는 “태국은 미술품 거래 금액의 17.7~27.7%를 관세로 부과하고 통관 절차가 복잡해 그간 글로벌 아트페어가 전무했다”면서 “태국 정부에서도 미술품 세금을 낮추거나 없애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곧 시작할 움직임이 보인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난해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처럼 국제적으로 활약하는 태국 출신 작가가 많고 두 개의 예술 비엔날레가 열리는 곳임에 비해 시장이 저평가된 점도 이유로 꼽았다.
규모보다 내실과 교류에 집중했다…첫발 뗀 액세스방콕
페어에 참여한 디스위켄드룸 김나형 대표는 “아시아 도시 간 네트워크가 촘촘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행사를 통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소통할 수 있는 점이 중요하다”며 미지의 영역이던 태국 미술계와 교류의 물꼬를 튼 점을 높이 샀다. 문화 교류와 갤러리 간 네트워킹 장으로서 국제 아트페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VIP 개막날은 상위 0.1%의 태국 상류층을 뜻하는 ‘하이소’ 관람객과 해외 미술계 인사들이 방문해 분위기를 돋웠다.
이배 작가의 ‘불로부터’ 등 대표작을 내세운 조현화랑 관계자는 “싱가포르와 홍콩을 비롯해 지금 태국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미술 씬이 떠오르는 추세”라며 “현장에 와보니 예상보다 한국 작가에 대해 많이 알고 있고 관심이 많다”면서 현지 컬렉터들의 관심을 반가워했다. 실제로 페어 기간 동안 완판된 이배 작가의 작품 중 2점이 태국 컬렉터의 품으로 갔다. 이밖에 서울을 기반으로 하는 CDA갤러리도 첫날에만 4점을 판매하고, 현지 갤러리인 와린랩 컨템포러리와 탕 컨템포러리도 첫날부터 가지고 나온 작품 다수를 판매했다.
부대행사도 페어의 수준을 가늠하는 요소다. 현지에서 영향력 있는 갤러리인 방콕 시티시티 갤러리는 방콕아트북페어 주관사인 점을 살려 행사장에 아트북 라운지를 만들었다. 홍콩 M+ 미술관 부회장 알란 라우와 태국의 대표적인 건축가 두앙릿 분낙(DBALP 건축사무소 대표)은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창의적인 문화가 도시 개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행사 전날에는 유현준 건축가가 태국 명문 쭐랄롱꼰 대학에서 특별 강연을 펼치고, 6일에는 쿤스트할레 방콕에서 양태오 디자이너가 작품 컬렉팅에 대한 대담을 여는 등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알리는 장이 마련됐다.
가벽부터 온라인 서비스까지…‘메이드 인 한국’ 시스템 적용했다
한국 온라인 아트 플랫폼인 아투(ARTUE)는 AI 기술이 적용된 ‘온라인 뷰잉룸(OVR)’ 서비스를 현지에서 선보이며 온라인 미술 시장의 기술력을 뽐냈다. 온라인이나 앱을 통해 작품 및 가격 정보를 제공하며 글로벌 결제 기능 및 진품 증명서(COA) 발급 서비스를 갖췄다. 아투 송보영 대표는 “방콕의 경우 현금을 사용하다 신용카드를 건너뛰고 디지털 페이가 바로 정착된 시장이라는 점이 특징이다”라면서 “다양한 문화권의 결제 방식은 물론 크립토처럼 새로운 결제 방식까지 다방면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리적인 페어는 4일 동안 열리지만, 온라인을 통해 길게는 2주 동안 추가 구매가 가능한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현장을 찾은 주태국한국대사관 박용민 대사는 “방콕은 한해 약 30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국제도시로 한국과의 소프트파워 협력 의지가 높다”면서 “현지에서 잘 알려진 케이팝이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술 문화 전반으로 폭넓은 소개가 필요한 시점에 첫 국제 아트페어가 한국을 중심으로 열려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12월은 아트바젤 마이애미가 열리는 달로 미술시장 내에서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행사로 여겨진다. 액세스방콕은 서구권 컬렉터 중심의 페어와 차별화를 꾀한다. 떠오르는 동남아시아 미술시장에 거점을 두는 한편 미식과 휴양을 갖춘 방콕의 특징을 살려 컬렉터들의 연말 아트투어 코스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