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를 마구 흔들고 있다. 연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로 부르며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게 낫다”고 조롱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정치적 위기에 몰린 트뤼도의 입지를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 CNN은 트럼프의 다음 타깃은 트뤼도 총리처럼 국가 지도자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된 한국을 비롯해 독일·프랑스 등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트럼프는 18일(현지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많은 캐나다인들은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길 원한다”며 “그들의 세금과 군사 보호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는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적었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달 25일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을 이유로 돌연 캐나다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트뤼도 총리는 즉각 플로리다 마러라고로 찾아가 트럼프를 만난 뒤 수백만 달러를 국경 경비에 투입하겠다며 사실상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트럼프에게 굴복한 트뤼도의 입지는 더 약화됐다. 측근인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지난 16일 트뤼도의 대응 방식을 비판하며 사퇴해버렸기 때문이다. 프리랜드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국과 자주 충돌했던 인물이다.


트럼프는 프리랜드의 사퇴를 기회로 삼아 트뤼도를 더 흔들고 있다. 그는 SNS에 “프리랜드의 행동은 독(毒)이었고, 그녀는 그리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리고는 트뤼도의 마러라고 방문 직후에 이어 이날 또 다시 ‘캐나다는 51번째 주’라는 글을 올렸다.

만약 트뤼도가 물러나게 될 경우 트럼프가 선호하는 ‘보수적 포퓰리스트’로 불리는 보수당 지도자 피에르 폴리에브가 차기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CNN은 이날 “트럼프의 시선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쏠려 있지만, 취임 이후 다른 ‘불공정한 무역 관계’로 눈을 돌릴 것”이라며 “트럼프가 동맹국 내정에 서슴없이 뛰어든 점은 프랑스, 독일, 한국 등 정쟁에 시달리고 있는 다른 정부들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을 포함한 3개국이 트럼프의 다음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관례를 깨고 제1당인 좌파연합(신인민전선·NFP)에서 총리를 임명하지 않자 62년만에 불신임안이 가결되며 정치적 위기에 몰려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지난 16일 의회에서 불신임되며 예정보다 7개월 앞당겨진 내년 2월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며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경우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비상계엄과 탄핵안 가결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까지도 거론했지만 한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미 지명이 이뤄진 중국과 일본 주재 미국 대사와는 달리 한국 주재 대사에 대해선 하마평도 나오지 않고 있다.

CNN은 이와 관련 “트럼프는 수십년간 쌓아온 동맹을 무시하기 때문에 우방국들은 그가 집권하면 미국과 정상적 관계를 관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러한 자세는 두번째 임기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