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신매매는 친아들"…17명 유괴한 中 60대 여성의 최후

19일 중국 구이저우성 고급인민법원에서 재판부 선고를 기다리는 아동 인신매매범 위화잉. 사진 신화통신 홈페이지 캡처

19일 중국 구이저우성 고급인민법원에서 재판부 선고를 기다리는 아동 인신매매범 위화잉. 사진 신화통신 홈페이지 캡처

"1313일에 걸쳐 추적해온 일이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결국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34살 중국인 여성 양뉴화(楊妞花)가 19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을 통해 밝힌 소감이다. 5살이던 자신을 납치해 팔아넘긴 60대 여성 위화잉(餘華英)에 대해 구이저우(貴州)성 고급인민법원이 사형 선고 확정판결을 내린 직후다.

구이저우성 구이양(貴陽)시에 살던 양뉴화는 지난 1995년 가족이 집을 비운 사이 이웃에 살던 여성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떠났다. 고작 5살 때였다. 단돈 2500위안(약 50만 원)에 허베이(河北)성 한단(邯鄲)시의 한 농촌 가정에 팔렸다. 이후 이름도 바뀐 채 전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가야 했다. 

성인이 된 양뉴화는 가족을 찾아 나섰다. 다행히 본명과 유괴 당시 상황 등을 비교적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2021년 본인의 사연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이후 극적으로 사촌 동생과 연락이 닿았다.

인신매매 피해자 양뉴화와 가족들 사진. 사진 신화통신 홈페이지 캡처

인신매매 피해자 양뉴화와 가족들 사진. 사진 신화통신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부모를 만날 순 없었다. 아버지는 딸을 잃어버린 죄책감에 곡기를 끊고 술로 고통을 달래다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도 충격에 몸져누운 뒤 돌아가셨다. 양뉴화는 “이 모든 것이 유괴범 때문”이라며 “반드시 유괴범을 잡아 처벌받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2022년 6월 양뉴화의 신고로 수사에 나선 공안 당국은 24일 만에 위화잉을 체포했다. 당국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추가 피해자들의 존재도 드러났다. 위화잉이 유괴된 아동은 모두 17명으로 파악됐다. 그 중엔 위가 내연남과의 사이에서 낳은 친아들도 포함돼 충격을 줬다. 범행을 도운 공범 2명은 이미 숨졌거나 행방불명 상태다.

19일 중국 구이저우성 고급인민법원에서 아동 17명을 유괴해 인신매매한 위화잉이 30년 만에 사형 선고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사진 신화통신 홈페이지 캡처

19일 중국 구이저우성 고급인민법원에서 아동 17명을 유괴해 인신매매한 위화잉이 30년 만에 사형 선고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사진 신화통신 홈페이지 캡처

19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구이저우성 고급인민법원은 위화잉의 항소를 기각했다. 위화잉은 지난 10월 중급인민법원에서 사형 선고와 전 재산 몰수 처분 등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들을 마치 상품처럼 훔쳐 팔았다”면서 “유괴된 아동들의 존엄성을 심각히 훼손했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들 가정에도 심각한 피해를 줬다”며 “증거가 명확하고 원심판결은 적절했다”고 설명했다.

양뉴화는 “지난 3년 동안 지지해준 모든 분께 감사한다”면서 “이 결과를 들고 부모님을 찾아 위로를 전하겠다”고 말했다. 법정을 찾은 또 다른 인신매매 피해자 천장하이(諶江海)도 재판 뒤 “나도 모르게 몸이 떨리고 코가 시큰해졌다”며 눈물을 보였다.

26년 만에 고향인 구이저우성 즈진현으로 돌아와 이웃들의 축하를 받는 양뉴화. 사진 신화통신 홈페이지 캡처

26년 만에 고향인 구이저우성 즈진현으로 돌아와 이웃들의 축하를 받는 양뉴화. 사진 신화통신 홈페이지 캡처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 중국 내 인신매매는 아직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에서 생후 14일 된 아기를 사고판 일당이 당국에 검거됐다. 이들은 올해만 이미 아동 18명을 거래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8월에도 후난(湖南)성 주저우(株洲)시 한 쇼핑몰에서 괴한이 여러 차례 아동을 유괴하려는 장면이 포착돼 사회적 공분을 자아냈다. 지난해엔 인신매매나 불법 입양에 쓰일 수 있는 출생증명서를 위조해 팔던 의사들이 적발됐다. 지난 2022년 중국은 인신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단속과 처벌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을 쏟아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