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화장실맵에 온라인 촛불집회까지…봇물 터진 재능기부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관련 집회가 전국 각지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집회 참여 시민을 위한 재능 기부도 이어졌다. 임완수 미국 메해리 의과대학 교수(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가 온라인용 ‘여의도 화장실 지도’를 만든 게 대표적이다. 여의도 화장실 지도는 엑스(옛 트위터)에서 70만회 이상 공유됐다.

개발자 박제영(43)씨는 집회 현장에 나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온라인 촛불 지도’를 만들었다. 22일 오후 4시 기준 박씨가 만든 사이트에서 촛불이 6만개 이상 켜졌다.



임완수 교수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지도”

임완수 미 메해리 의과대학 교수(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가 만든 ‘여의도 화장실 지도’. 여의도 곳곳에 이용 가능한 화장실이 표시돼 있다. 여의도 화장실 지도 홈페이지 캡처

임완수 미 메해리 의과대학 교수(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가 만든 ‘여의도 화장실 지도’. 여의도 곳곳에 이용 가능한 화장실이 표시돼 있다. 여의도 화장실 지도 홈페이지 캡처

임 교수는 지난 7일 집회에 참여했다가 화장실 앞에서 긴 줄을 기다리는 시민들을 보고 여의도 화장실 지도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여자 화장실 줄은 특히 더 길었다. 숨어있는 화장실을 지도에 표시하면 시민 불편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지도는 자원봉사자 15명 등과 함께 만들었다. 그 결과 250곳 넘는 화장실 정보가 표시됐다. 임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커뮤니티 매핑을 연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도 제작은 눈사람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눈덩이를 굴리기 위해선 처음에 일정 크기를 갖춰야 하고, 이후엔 눈덩이를 굴릴 때 빠르게 커진다”며 “나와 자원봉사자들이 초반에 눈덩이를 만들었다면 시민들이 눈덩이를 마저 굴려서 눈사람을 만든 셈”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 때에도 서울 광화문 집회 편의시설 지도를 만든 적이 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에는 마스크 판매처와 재고 정보를 담은 지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여의도 화장실 지도처럼 많은 시민이 이용한 적은 없다고 한다. 임 교수는 “한 시민이 엑스에 지도를 공유하면서 파급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안국역 화장실 지도에 이용 가능한 화장실이 표시돼 있다. 임 교수는 지난 18일 여의도 화장실 지도의 후속작인 ‘안국역 화장실 지도’를 만들었다. 안국역 화장실 지도 홈페이지 캡처

안국역 화장실 지도에 이용 가능한 화장실이 표시돼 있다. 임 교수는 지난 18일 여의도 화장실 지도의 후속작인 ‘안국역 화장실 지도’를 만들었다. 안국역 화장실 지도 홈페이지 캡처

 
지난 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주요 집회 장소가 광화문,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리자 그는 지난 18일 후속작인 ‘안국역 화장실 지도’도 제작했다. 임 교수는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도 지도를 편하게 이용하면 좋겠다. 화장실을 찾는 데 이념을 따지는 사람은 없지 않냐”고 말했다.

“온라인 촛불 지도, 내향인도 민주주의 기여할 수 있게”

개발자로 일하는 박제영(43)씨가 만든 온라인 촛불지도. 서울 곳곳에 촛불이 켜져 있다. 온라인 촛불지도 홈페이지 캡처

개발자로 일하는 박제영(43)씨가 만든 온라인 촛불지도. 서울 곳곳에 촛불이 켜져 있다. 온라인 촛불지도 홈페이지 캡처

 
개발자 박제영씨는 지난 6일부터 이틀간 작업해 ‘온라인 촛불 지도’를 만들었다. 12·3 비상계엄 후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고 자신처럼 사람이 많은 곳을 꺼리는 이들을 떠올렸다. 그는 “매우 내향적이라 직접 집회에 가진 못하지만 뭐든 기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만든 웹사이트에선 방문자가 지도에서 집회장을 찾아 ‘촛불 켜기’ 버튼을 누를 수 있다. 박씨는 “처음 만들 때는 참여자가 1000명만 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갑자기 이용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서 기뻤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의 재능기부가 더 많은 시민의 참여를 끌어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의 노력을 사회를 위해 투자한 공적인 의미의 자원봉사로 볼 수 있다”며 “주요 집회 장소에 참여하거나 가지 못하는 이들의 참여도 끌어낼 수 있는 플랫폼들이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