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정치적 언행 않겠다' 서약 거부"…콘서트 취소한 구미시

이승환 35주년 콘서트 포스터. 인스타그램 캡쳐

이승환 35주년 콘서트 포스터. 인스타그램 캡쳐

경북 구미시가 오는 25일로 예정돼 있던 가수 이승환씨 콘서트를 취소했다. 이씨의 공연을 반대하는 지역 시민단체와 충돌이 우려된다면서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23일 오전 구미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승환씨의 ‘35주년 콘서트 Heaven’ 관련 성명을 발표했다.

구미시장 “안전 우려…대관 취소”

김 시장은 “시민과 관객 안전을 고려해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운영조례 제9조에 따라 이번 공연을 위한 대관을 취소하게 됐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23일 경북 구미시청에서 김장호 경북 구미시장이 가수 이승환씨의 콘서트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23일 경북 구미시청에서 김장호 경북 구미시장이 가수 이승환씨의 콘서트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앞서 구미시는 지난 7월 31일 이씨 콘서트와 관련한 대관 신청을 받고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사용을 허가했다. 이후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등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고, 이씨가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문화제에 직접 참여해 공연하면서 논란이 점화됐다.

특히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당일 수원 공연에서 공연 중 “탄핵이 되니 좋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뒷조사를 받았는데,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도 마음이 편치 못했다. 앞으로 편안한 세상이 될 것 같다”는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구미 지역 13개 시민단체는 “이씨의 발언과 행동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지적하면서 이씨의 구미 콘서트 취소를 요구하고 지난 19~20일 이틀간 두 차례의 항의 집회도 진행했다.

“서약서 요청했지만, 날인 거부해”

이들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 탄핵으로 경제와 정치가 위기에 몰린 이 중대한 시국에 탄핵 찬성 무대에 올라 정치적 발언으로 국민 분열에 앞장선 이승환의 구미 공연은 즉각 취소해야 한다”며 “콘서트를 빙자한 정치적 선동을 두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미지역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 19일 오후 구미시청앞에서 가수 이승환의 공연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구미지역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 19일 오후 구미시청앞에서 가수 이승환의 공연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이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역 단체가 내건 현수막 사진을 올리고 “현수막 폰트 무서워요. 왜 저분들은 미적 감각도 없을까요” “티켓 상황이 가장 안 좋은 곳이었는데, 감사합니다. 보수 우익 단체 여러분” 등 반응을 올렸다.

구미시는 이씨가 공연 중 정치적 발언을 할 가능성이 크고 시민 단체 항의 시위 등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관련 조례를 근거로 지난 20일 ‘정치적 선동과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이씨에게 요청했다.

김 시장은 “이씨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정치적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 대신 ‘첨부된 서약서에 날인할 의사가 없다’는 분명한 반대 의사를 서면으로 밝혀왔다”며 “시민 안전을 도모하고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구미시장으로서 불가피하게 대관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3일 경북 구미시청에서 김장호 경북 구미시장이 가수 이승환씨의 콘서트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23일 경북 구미시청에서 김장호 경북 구미시장이 가수 이승환씨의 콘서트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공연을 불과 이틀 남겨둔 시점에 대관 취소를 통보하면서 환불 등 후폭풍에 대해 김 시장은 “주최측에서 소송을 걸면 구미시도 법적 대응을 하면 된다”며 “구미시는 관련 조례와 법적 근거에 따라 합당하게 대관 취소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환 "안타깝고 비참…법적 대응 예정" 

이날 오후 이씨 측은 구미시의 공연장 대관 취소에 대해 "안타깝고 비참하다"며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자신의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대관규정과 사용허가 내용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서약서 작성’ 요구를, 그것도 계약 당사자도 아닌 출연자 서약까지 포함, 대관일자가 임박한 시점에 심지어 일요일 특정 시간까지 제출하라 요구하며 ‘대관 취소’를 언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연일 직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이름 써라’ ‘이름 안 쓰면 공연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요구를 받아야만 하다니요. 이는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의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