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호남 동행 국회의원 특별위원회 발대식'에서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추경호 원내대표, 조배숙 호남동행특위 위원장, 강기정 광주시장, 김관영 전북지사, 김영록 전남지사 등이 의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전북특별자치도가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준 명예도민증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두고 도 안팎에선 “국민의힘이 ‘보수 불모지’라 불리는 호남을 제2 지역구로 두고 각종 현안 해결과 예산 지원을 통해 호남을 포용하려는 이른바 ‘서진(西進) 정책’이 폐지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오현숙 전북도의원(비례대표)은 23일 성명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에 동조·방관하는 모습을 보여온 국민의힘은 ‘내란동조당’”이라며 여당 의원들에게 준 명예도민증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전북자치도는 2022년 9월 “국가 예산 확보 동력을 마련한다”며 국민의힘 소속 ‘호남 동행 의원’ 19명에게 명예도민증을 줬다. 이후 ‘호남 동행 의원’은 현재 23명으로 늘어 추경호·곽규택·박준태·박수민·최보윤·송석준·김미애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앞서 오 의원은 지난 9일엔 ‘호남 동행 의원’ 제도 폐지도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의힘은 내란 부역 정당”이라면서다. 이에 대해 전북자치도는 “명예도민 취소는 당초 위촉 취지에 반하는 행위가 있어야 하고, 예산 확보나 법령 통과 등을 위해 국민의힘 소속 명예도민 의원의 역할이 있었다”며 “해촉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정권퇴진·한국사회대전환 제주행동이 지난 10일 제주도의회 앞에서 국민의힘 소속 제주도의원 탈당과 전·현직 국무의원 등에게 준 명예도민증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에서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에 대한 명예도민 취소 요구가 잇따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문건에 제주 4·3 사건을 ‘제주 폭동’이라고 표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이에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지난 16일 공동담화문을 내고 “계엄 가담자 가운데 명예도민증 수여자가 있다면 관련 절차를 거쳐 명예도민증 위촉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이서빈 전북자치도 정책협력관(왼쪽 두 번째)이 지난달 국회를 찾아 국민의힘 예결소위 위원인 엄태영 의원(왼쪽)과 구자근 간사, 최형두 의원을 만나 2025년 전북 국가 예산 사업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
호남 동행 의원은 2020년 9월 23일 당시 정운천 의원(전북 전주을)이 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회가 국회에서 발대식을 열고 전북 14개 시·군을 비롯해 광주·전남 기초단체까지 ‘제2 지역구 갖기 운동’을 선포하면서 시작됐다. 순창군 동행 의원인 성일종 의원이 국지도 55호선(순창~구림) 4차로 확장 사업 국비 확보에 힘을 보탠 게 대표적이다. 무주군 동행 의원인 유의동 의원은 무주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을 지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당장 대통령과 여당이 밉다고 호남에서 어렵게 만든 ‘여야 협치 모델’을 버리는 건 지역 발전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전북도당 여성위원장을 지낸 이서빈 도 정책협력관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난 총선 때 ‘정권 심판론’이 거센 탓에 전북 전체 10개 의석을 민주당이 차지한 가운데 호남 동행 의원들은 현안 추진과 국가 예산 확보가 절실한 전북자치도와 14개 시·군의 ‘대(對)여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며 “탄핵 정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직면한 나머지 야당에서 정치적 감정을 앞세워 정부·여당과 가교 구실을 해온 제도를 없애버리자고 요구하는 건 너무 성급하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를 지켜본 뒤 판단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