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한 조사회답서가 논란이다. 총리 탄핵 정족수를 두고 “재적의원의 3분의 2(200명) 이상 필요하다”는 국민의힘과 “국무위원이기 때문에 재적의원의 과반수(151명) 찬성만 있으면 된다”는 더불어민주당이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민주당 측에 힘이 실리는 내용들이 담겨서다.
입법조사처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권한대행 취임 이전 총리 직무 수행 중 탄핵사유가 발생할 경우에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 발의 및 의결요건이 적용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학계에 이론이 없다”는 내용의 회답서를 보냈다. 김하열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저서나 헌법재판연구원의『주석 헌법재판소법』등을 인용한 내용이다.
민주당은 이를 무기로 삼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회답서 내용을 인용하며 “한 총리 탄핵에 대한 국민의힘의 주장은 틀렸다. 일반 정족수인 재적 과반 찬성으로 탄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입법조사처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인사권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의견을 냈다. 지난 23일 이인영 민주당 의원의 ‘대통령 권한대행의 특별검사 임명 가능 여부’를 묻는 질문에 “헌정질서의 회복을 목적으로 한다면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권한대행의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 여부에 대해선 “선출된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은 자제하는 것이 원칙”, 국방부 장관 임명 등의 권한 행사에 대해선 “권한대행이 새로운 국무위원이나 기관장 등을 임명할 수는 없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간 “중립성과 전문성이 매우 중요한 원칙”(박상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이라며 민감한 사안에 대해 말을 아껴왔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2016년 7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의 국회 비준동의 필요성 여부를 묻는 김해영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입법조사처는 “관점에 따라 국회 비준동의 대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국민의힘은 불만이 가득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입법조사처가 야당 주장만을 있는 그대로 복사한 듯한 입장을 내고 있다”며 “국회의원을 뒷받침해야 할 기관이 편파성 논란을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모두 같은 회답을 한 것”이라며 “학계 권위자와 권위있는 기관의 주석서 등의 견해를 전달한 것이고 입법조사처 차원의 정치적 의견을 낸 것이 아니다”라고 말랬다. 또 이 관계자는 “같은 내용의 조사결과가 이미 2020년도 연구보고서에 담겨 있다”며 “학계 의견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