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계엄은 보수에 잃어버린 30년 불러올 것" [월간중앙]

인터뷰 |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의 직격


비상계엄 사태는 위기를 ‘한탕주의’로 뒤집으려던 尹 부부의 실책
계엄에 저항한 10·20세대 ‘시대적 세계관’ 구축…보수 설 자리 없어
정치의 보복 싸움에 휘말린 레거시 미디어…유튜브 따라가기 바빠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2월 15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로 인해 보수는 ‘잃어버린 30년’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기웅 기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2월 15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로 인해 보수는 ‘잃어버린 30년’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기웅 기자

진중권(61) 동양대 특임교수는 대표적인 진보 논객이다. 그가 2021년 5월 정치 입문을 고심 중인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포럼에 기조발제자로 나선다는 소식에 정치권이 술렁인 바 있다. 2019년 7월 정국을 뒤흔든 조국 당시 법무부장관 후보의 이중성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민주당 계열과 선을 그은 그였지만 보수의 우군(友軍)이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물론 진 교수는 ‘확대 해석’이라고 했지만, 그러면서도 본인이 무슨 선택을 하든 뭐가 문제냐는 특유의 냉소적인 태도를 내비치기도 했다.    

어쨌든 그가 이전의 보수 정권과 달리 윤 대통령 측 핵심 인사들과 소통해온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총선 참패 이후 김건희 여사로부터 연락이 와서 57분간 구구절절한 자책을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는 최근의 탄핵 정국과 윤 대통령의 몰락을 어떻게 바라볼까? 월간중앙은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튿날인 12월 15일, 서울 홍대입구의 한 건물에서 그를 만났다. 어느 사안에서건 풍자와 위트를 구사하던 그는 이날은 무거운 어투로 보수가 ‘잃어버린 30년’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저항한 10·20세대가 자신들이 새 역사를 썼다는 세계관을 확립한 이상 ‘보수에 희망은 없다’는 것이다.

“尹, 풍차를 거인이라며 돌격한 돈키호테 같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윤 대통령이 정치 선언을 한 2021년 7월부터 그를 지켜봐온 사람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난 12·3 비상계엄 선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실체’가 드러났다. 굉장히 극단적인 성격이다. 유연성이 하나도 없고. 개인적으론 김건희 여사가 비서실장 역할을 했다고 본다. 정권 초기에 김 여사가 특검을 받았다면 흐지부지 끝났을 사안이었다. 하지만 끝까지 버티다가 해결책이 없으니 극한 대립으로 몰고 가서 결국 자멸을 불렀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4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본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국민의힘 의원들이 14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본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어쩌다가 12·3 계엄 사태까지 일으켰을까?

“영화 소재로나 나올 법한 계엄을 현실에 불러올 줄 누가 알았겠나. 계엄을 선포한 논리도 전두환과 다를 바 없다. 완전히 현실과 유리된 세계에 들어가 살고 있다. 우리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데, 그 사람은 아직까지 북한과 체제 대결을 하던 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윤 대통령의 정신상태가 ‘키호티즘(Quixotism)’에 가깝다는 것을 느꼈다. 돈키호테가 풍차를 거인으로 보듯이, 윤 대통령은 민주당을 중국과 연결된 주사파 집단으로 봤다. 그러지 않고서야 누구를 일거에 척결하겠다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본인은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근이라고 하는 보수진영 핵심부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시대착오적이다.”

계엄 선포는 헌법상 주어진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주장하는데.

“세상의 모든 현상을 합법이냐, 불법이냐로 판단하는 검찰의 이분법적 사고관에 매몰돼 있다. 이번에도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에 합헌이고 합법이라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윤 대통령에겐 여타 보수인사들과 달리 호의를 보이기도 했는데?

“대통령 후보가 되기 전까지는 괜찮았다. 2021년 그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긴 뒤 감사 인사가 왔다. 저는 다른 사람을 지지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래도 그때까진 좋게 봤다. 그런데 대선 후보가 되더니 우경화의 길로 빠지더라. 특히 그의 곁에 있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의 권력욕이 심해서 자신들의 안위를 위협할 수 있는 중도(인사)부터 경계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도 당선되고 나서는 중도와 당 대표를 쳐내면서 자신의 지지층을 좁혀나갔다. 그러다 윤핵관도 결국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그에겐 극우 유튜버들만 남았다. 두 번째 담화를 보라. 거기엔 고성국(유튜브 고성국TV 채널 대표) 씨가 그 전날 유튜브에서 했던 얘기가 그대로 담겨 있다. 복사해 붙여넣은 수준이다.”

윤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엇나간다고 느낀 시점은 언제인가?

“작년 3·1절 축사를 들었을 때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8·15 축사 때는 ‘반국가세력에 대항하기 위한 전 국민의 항전 의지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 도대체가 황당하고 우려스러워서 제 SNS에다 ‘가신들 데리고 판타지 세계에서 계속 사시라’고 썼다. 그랬는데 이제는 아예 총 들고 튀어나왔다.”

아무리 봐도 보수진영에 손해만 남기는데,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의중을 도저히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의지를 사전에 군인도 몰랐고, 당도 몰랐고, 대통령실도 몰랐다. 불과 2년 반 만에 그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단 몇 사람으로 좁혀진 것이다. 그러면서 종말론적 위기의식에 빠졌던 것 같다. 명태균 때문인지는 몰라도. 특히 김 여사가. 결국은 한탕으로 해결해야겠다는 발상에 계엄 선포가 터져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극우 유튜브 판타지에 살며 인지부조화 극복한 듯”

물론 윤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야권의 부정선거 의혹이 계엄 선포의 원인이 됐다고 드러내긴 했다.

“극우 유튜버들이 매번 떠들던 얘기다. 윤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던 사람들을 쳐낸 장본인이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돌아서고 비판하지 않겠나. 그럴수록 자기편을 들어주는 측근들에만 의존하게 된다. 자연히 제정신 가진 사람들은 알아서 대통령과 거리를 두게 되고. 극우 유튜버에 의존한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알기는 쉽다. 극우 유튜버들의 어젠다를 윤 대통령이 반복하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그 정도까지 빠진 게 사실이라면 정신적인 회복은 어려웠을 듯한데.

“극우 유튜버들이 말하는 판타지에서 사는 게 윤 대통령에겐 인지부조화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모두가 분명히 말했다. 그렇게 통치하면 국민들의 지지를 못 받는다고. 탄핵 국면 이전에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 아니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가 명확했다. 하지만 판타지는 현실에서 검증이 된다. 총선 결과를 보라. 그게 현실이다. 그러면 원래는 ‘내가 잘못했구나’ 인정해야 하는데 판타지 안에서 다른 이유를 찾았고, 그게 부정선거다.”

윤 대통령의 전반기 국정 운영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완전히 엉망이다. 잘한 게 하나도 없다. 지지율만 봐도 안다. 50%에서 시작했는데 40%가 되더니 20%가 무너지고 10%까지 추락했다.”  

과거 윤 대통령의 측근들을 만나보면 ‘감탄고토’(甘呑苦吐)라고들 한다.

“후보도 아닌 시절의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대면한 적 있다. 그 후로 어려운 일에 처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제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을 내쫓을 때 이미 끝났다고 직감했다. 그때 금태섭 전 의원도 나오지 않았나. 지지율이 하도 떨어지다 보니 제가 ‘윤핵관과 더불어서 그렇게 가면 곤란하다.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는데 무시하더라. 그 뒤로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뒤 김 여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신이 무슨 역할을 하면 좋겠냐는 거였는데, 그때 저는 ‘다 녹음 되니까 이상한 사람들과 전화하지 마라, 정권 절반 지나면 다 튀어나온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역할이 있다면 대통령실에서 야당 역할을 하라’고 조언했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과의 갈등 국면에서였나?

“그때 ‘배신자’ 얘기를 하길래 호의적으로 해석해서 주변의 측근들이 얼마나 엉터리인 줄 뒤늦게라도 알았구나 여겼다. 그런데 그 후에 벌어진 일을 보니 당시 한 전 대표를 배신자로 보고 저더러 자기편 들어달라고 한 거였다.”  

보수진영 일각에선 한동훈 전 대표도 감정적으로 대응하면서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도 한다.

“양비론으로 몰아갈 건 아니다. 애초에 대통령이 나서면 안 됐다. 의대 정원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데 오히려 대파 사건을 일으키며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제공했다. 그리고 그때 구도는 윤석열 대 이재명이 아닌 한동훈 대 이재명으로 갔어야 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자꾸 나서지 않았나. 저는 솔직히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한 몸이라고 본다.”

한 전 대표가 구상한 퇴진 로드맵도 윤 대통령은 거부했다.

“그 로드맵도 한 전 대표가 좋아서 낸 건 아니다. 일단 당 대표가 권한대행일 수 없다. 결국은 윤 대통령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당에서 윤핵관이 버티니까 차선책으로 내놓은 건데, 결국 윤핵관과 민주당 모두에게서 욕을 먹었다. 윤 대통령은 바뀔 사람이 아니다. 담화를 보고 확신했다.”

“보수는 내부 개혁 시도하면 배신자라며 쫓아내”

친한동훈 세력의 배신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국회 앞으로 시민들이 몰렸는데 그걸 어떻게 이기나? 어떻게 버티나? 탄핵소추안 가결 당시 약속이 있어서 지하철을 탔는데 여의도역이며 국회의사당역이며 사람들이 역사(驛舍)에 줄을 서 있더라. 과거에는 일부 연예인만 정치적인 발언을 했는데 이번에는 아이돌이며 가수며 참여하지 않았나. 거기다 지난 탄핵 때는 태블릿에다 연설문 고쳐준 것만으로 헌재에서 만장일치가 나왔다. 이번에는 정치인들 체포한답시고 군인들이 총 들고 국회로 쳐들어왔다. 버틸 수 있다고 믿는 게 어리석은 거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정치에 입문한 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당 대표를 역임하면서 보수진영을 진두지휘했으나 친윤계와의 거듭되는 대립 속에서 세력화에 실패하며 결국 대표직을 사퇴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정치에 입문한 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당 대표를 역임하면서 보수진영을 진두지휘했으나 친윤계와의 거듭되는 대립 속에서 세력화에 실패하며 결국 대표직을 사퇴했다. [연합뉴스]

이번 사태에서 국민의힘에겐 무엇이 최선책이었을까?  

“대통령을 깔끔하게 탄핵하면 바로 그 단계로 넘어갔을 것이다. ‘자, 탄핵했는데 너희도 잘한 게 없다’고. 그래서 한 전 대표가 대통령 탄핵에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보수진영에선 ‘오죽하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겠냐’라며 옹호했다. 도대체가 그래서 말발이 서겠나. 이젠 탄핵의 강을 건너도 쉽지 않은 싸움인데 그것조차 안 건너고 이재명 대표는 안 된다는 프레임만으로 싸우겠단다. 아니, 이 대표가 나쁜 걸 누가 모르는가. 그런데 지난 총선에서 압승했다. 보수진영은 그게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야 한다. 거기다 민주당은 위기관리에 능숙하다. 국민의힘처럼 그렇게 경직돼 있지 않다.”

이제 두 번째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할 판국이다.

“보수진영을 혁신하려다가 쫓겨난 게 한동훈 전 대표가 세 번째다. 첫째는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표가 보수 혁신의 선두주자였으나 실패했다. 둘째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다. 지난 대선 때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며 대구에 가서 정면승부를 봤다. 그리고 부정선거론을 펴는 부류와는 완전히 선을 그었다. 그 덕에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으나 국민의힘은 그를 내쳤다. 셋째인 한동훈 체제도 결국 실패로 끝났다. 역부족이었다. 자기 세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그게 한 전 대표의 한계가 아니고 보수진영은 체질을 바꾸려고 하면 누구나 당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누가 나와도 같은 처지가 될 것이다.”

“민주당에서 이재명은 정권창출의 수단, 끝까지 버틸 것”

권성동 원내대표 중심의 국민의힘은 어떤 모습일 거라고 보나?

“윤 대통령과 탄핵소추안에 반대한 85명이 다시 당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다. 그들의 유일한 방책은 이 대표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는 건데, 생각을 해보시라. 윤 대통령 때문에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후보가 국민의 선택을 받겠나? 그들은 인지부조화를 극복하기 위해 ‘한동훈 책임론’을 내세울 게 빤하다. 결국은 정권이나 당이 어떻게 되든 간에 공천권만 지키면 그만인 사람들이고, 그 이권 하나로 뭉친 것뿐이다.”

보수 궤멸이 예정된 수순이라는 의미로 들린다.

“국민의힘은 끝났다. 앞으로는 잃어버린 30년으로 간다. 우선 10·20세대가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했다. 그들에겐 굉장히 중요한 기억으로 남는다. 50·60세대는 민주화 시대의 기억을, 70·80세대는 한국전쟁의 기억을 공유한다. 이제는 탄핵의 기억이다. 교과서에서나 배운 내용을 현실에서 체험했다. 본인들이 역사를 썼다는 모종의 자부심이 생길 것이며, 이게 10·20세대의 세계관을 구축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선 60·70·80세대와 20·30세대의 연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잘렸다. 그런데 국민의힘에서 이걸 걱정하고 우려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오로지 관심은 공천권뿐이다. 나머지는 대선 출마에 혈안이 돼 있고. 바보들이다.”

그래도 국민의힘으로선 차기 대선 주자를 어떻게든 발굴해야 하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지지층 75%가 탄핵에 반대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그걸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어차피 민심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런데 당내 기득권은 지켜줘야 하고 누군가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 자리에 홍 시장이 들어가려는 것이다. 사실 국민의힘은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조국 사태 이전에 희망 없는 정당이었다. 그때 이미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20년 집권을 얘기했다. 그것도 겸손하게 잡은 것이다. 혹자는 선거를 조작했기에 그렇게 자신감을 내비친 거라고 하는데, 선거 조작할 만큼 비합리적이고 몰상식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잡겠나. 이해관계를 계산하는 수학적 머리 정도는 갖춰야지. 거기다 이 대표는 본인에게 유리한 게 뭔지 판단하는 도구적 이성이 굉장히 발달한 인간이다. 지금 국민의힘에 누가 그런 머리가 되나?”

“유튜브 정치가 나라 두 번 망쳐… 파시스트 사회 우려”

조기 대선의 길이 열렸다. 각종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대권을 잡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국민의힘은 심판 지연, 민주당은 재판 지연 전략으로 갈 것이다. 하지만 탄핵 심판이 더 빨리 끝날 거라고 본다. 그다음에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가 나와도 민주당은 똘똘 뭉쳐서 끝까지 버틸 것이다. 김어준도 그렇게 말했다. 민주당에서 이재명은 수단이고, 역사의 도구일 뿐이라고. 이 대표가 좋아서 민주당이 옹호하는 게 아니다. 그저 정권 창출을 위한 도구다. 도구라면 얼마든지 갈아치울 수도 있다. 다만 지금으로선 큰 문제가 안 되니 그대로 가는 것이고. 민주당은 누가 감옥에 가든 말든 개의치 않는 주의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레거시 미디어가 유튜브 정치를 따라가고 있다”면서 언론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서로를 증오하는 진영 정치가 더욱 양극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기웅 기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레거시 미디어가 유튜브 정치를 따라가고 있다”면서 언론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서로를 증오하는 진영 정치가 더욱 양극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기웅 기자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나?

“잃어버린 30년이 전개되면 어떤 흐름으로 진행될지 몰라도 축제 분위기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사회를 착잡하게 만드는 분위기면 몰라도. 옛날에는 대통령을 탄핵하면 사회가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윤 대통령을 몰아내면 그다음이 이 대표이고, 민주당이다. 이게 과연 사회가 나아지는 건가? 정권을 잡으면 보복하고, 또 정권을 빼앗으면 보복하고. 이 대표가 대권을 잡으면 무엇을 할지 상상이 간다. 사회도 그에 따라갈 것 같고. 민주당은 윤 대통령처럼 무식하게 안 할 거다. 그들은 주어진 틀 안에서 상대를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킨다. 그게 민주당이다.”

진영 간 거듭되는 보복 싸움에 언론도 중심을 잃고 흔들린다.

“유튜브 정치가 나라를 두 번이나 파국으로 몰아갔다. 김어준의 유튜브가 민주당을 장악했고, 이번에는 신혜식과 고성국 유튜브가 윤 정권을 파국으로 몰았다. 새로운 현상이다. 그런데 레거시 미디어가 유튜브를 따라간다. ‘한동훈 사살설’을 논한 김어준이 국회 증언대에 오른다. 당도 자기 지지자들의 판타지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그게 히틀러의 방식과 뭐가 다른가? 나의 상상이 곧 너의 세계라는데. 한쪽은 윤 대통령, 다른 한쪽은 이 대표의 상상이 각자 지지자들의 세계가 됐다. 진영을 떠나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공동의 기반을 만드는 게 민주주의고, 이를 위한 공론장을 옹호하고 제시하는 게 미디어다. 그런데 미디어 스스로가 조회수 경쟁을 하면서 유튜브를 따라간다.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도 그렇다. 이러면 나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전반적으로 파시스트가 되는 것을 우려한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 사진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