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시 영순면에 사는 서창열(73)씨는 동네 주민의 연령대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가 사는 마을엔 80여 가구가 거주하는데 주민 대부분이 65세 이상이다. 농사지을 청년이 없어 대부분의 가구가 땅을 영농법인에 임대해 연말에 배당금을 받는 공동영농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다.
65살이 넘는 고령 인구 비율이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20%를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대한민국이 국제연합(UN) 기준에 따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23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1024만4550명)가 전체 주민등록 인구(5122만1286명)의 20%를 차지했다”고 24일 발표했다. 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은 고령 사회, 20% 이상은 초고령 사회로 구분한다.
2008년 10%→16년 만에 20% 돌파
권역별로 보면 수도권(17.7%) 대비 비수도권의 노인 인구 비중(22.4%)이 4.7%포인트 높다. 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강원 횡성군 안흥면 안흥3리 새재마을에선 환갑이 넘은 주민이 막내다. 경남 합천군 비기마을에 사는 최필임(90)씨도 “20여명의 마을 주민 중 가장 어린 사람이 71세”라며 “매일 마을회관에 모여서 점심을 먹는데 70대 막내가 밥하고 설거지를 도맡아 한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부산시도 마찬가지다. 부산은 2021년에 전국 특별·광역시 중 처음으로 만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돌파했다.
시·도별로는 전남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7.18%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통계청 ‘100세 이상 인구 현황’에 따르면 전남 고흥군은 전국 229개 시군구 중 100세 이상 인구가 가장 많은 장수마을이다. 고흥군 금산면 오천리 동촌마을엔 65세 이상 노인 156명이 거주한다. 65세 미만은 70여명에 불과하다. 이 마을의 정덕용(57) 이장은 “어업을 주로 하는 마을이라 젊은 청년이 조금 있지만, 고령화가 빨라지는 추세”라며 “어업을 물려받을 청년 외에는 젊은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인구전략기획부가 출범하려면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조직법은 행정안전위원회에,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은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인 데다, 행정안전부는 장관이 공석이다.
서용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정책연구소장은 “인구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건 여야가 이견이 없는 만큼 국가 미래를 다루는 부처는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저출생·고령화 대책 추진체계를 마련해 초고령 사회에 대처할 수 있는 부총리급 부처를 시급히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고령 사회가 도래하면서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를 한 발짝 나아가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초고령 사회가 예고된 이후 장기간 우리 사회가 노인을 노동시장에 유입하는 방법에 대해서 논의했지만, 여전히 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노인이 증가하면 소득이 줄어들고 세수가 감소하며 내수시장이 쪼그라드는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정년 연장과 노인 인구의 노동시장 편입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필 경북연구원 연구위원도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할 경우, 30%인 고령층 경제활동 참여율이 50%로 증가하고 현재 38%인 노인 빈곤율도 약 33%로 개선한다”며 “정년연장 정책에 필요한 법적·재정적 지원 체계를 서둘러 구축하고 사회경제적 효과를 정기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