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10분쯤 북구 덕천지구대 앞에 라면 박스 하나가 놓여 있었다. 박스 안에는 1000원짜리 지폐 30장·동전이 들어 있는 저금통·김치·패딩·편지 등이 들어 있었다.
편지 작성자는 장애 3급 아이를 포함해 세 아이를 키우는 아빠이자 기초수급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막내 아이의 생일을 맞아 뜻깊은 하루를 만들어 주고 싶어 기부하게 됐다”면서 “폐지를 팔아 돈을 마련했지만 노력한 만큼 결실이 적게 나와 많이 못 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장 김치 맛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맛있게 먹었으면 한다”며 “패딩은 아이가 마음에 들지 모르겠지만 따뜻하게 입고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돼지저금통은 삼 남매가 용돈 받아서 모았고 폐지를 판 돈은 은행에 가서 깨끗한 지폐로 교환했다”며 “추운 겨울 도움이 필요한 가정에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쁜 삼 남매 저금통 받아주세요.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덧붙였다.
해당 박스를 발견한 덕천지구대 근무자들은 폐쇄회로(CC) TV 영상을 확인했고 영상에는 편지 작성자의 아내로 추정되는 여성이 박스를 놓고 떠나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 가족은 지난 5월 어린이날에도 패딩·라면·과자·현금 3만원 등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화재 진압 중에 다친 경찰관과 소방관을 돕고 싶다며 폐지 판 돈을 기부하는 등 이 가족은 최근 8차례에 걸쳐 기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덕천지구대 관계자는 “삼 남매를 키우면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할 텐데 폐지를 팔아 남몰래 선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추운 겨울 따뜻하고 큰 감동을 선물 받았다”고 말했다.